"튀르키예는 더 이상 내수 중심의 시장이 아니라,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투자 허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생산과 기술, 금융, 물류 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첨단산업이 발전한 한국과는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푸르칸 카라야카(Furkan Karayaka) 튀르키예 투자금융청 부청장 겸 재무총괄은 지난 13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튀르키예가 한국 기업의 생산·투자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술력과 튀르키예의 글로벌 공급망과 제조업 기반, 물류 네트워크가 맞물리면 상호보완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푸르칸 카라야카(Furkan Karayaka) 튀르키예 투자금융청 부청장 겸 재무총괄이 지난달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튀르키예와 한국의 협력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선DB

튀르키예는 유럽연합(EU)과 맺은 관세동맹과 한국을 비롯한 30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수도인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타고 4시간 내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56개국, 약 13억명이 밀집해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매년 약 90만명의 대학 졸업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엔지니어와 공학 인재 풀도 두텁다.

튀르키예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핀테크 등 첨단분야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300억달러(한화 46조원) 규모의 '히트 30(HIT-30)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 설립부터 인허가, 투자 인센티브 신청, 노동·거주 허가, 부지 선정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체계도 갖췄다. 이런 투자 환경 덕분에 지난 2003년 이후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로부터 29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다음은 카라야카 부청장과의 일문일답.

─ 튀르키예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얼마나 커졌나.

"지난 20년간 튀르키예의 FDI 규모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1973년부터 2002년까지 튀르키예가 유치한 총 FDI 유입액은 약 150억달러였다. 그러나 2003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 FDI 유입액은 2900억달러에 달한다. 투자 구성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소비재 투자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첨단 제조업, 디지털 인프라, 물류, 재생에너지, 모빌리티, 핀테크 등의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고 있다."

─ 튀르키예 시장의 강점은 무엇인가.

"튀르키예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 구조의 깊이와 다양성이다. 튀르키예는 농업부터 자동차 산업, 방위산업, 핀테크, 재생에너지, 첨단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생산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EU에서 상용차 생산량이 가장 많은 국가고, 전세계적으로는 14위다. 동시에 EU에서 가장 큰 농업국가이기도 하다.

지리적 이점도 있다. 이스탄불에서 4시간 비행권 안에는 총 56개국이 있다. 해당 권역 인구는 약 13억 명, 국내총생산(GDP)은 28조달러, 교역 규모는 7조달러에 달한다. 주변 시장 접근성도 뛰어나다. EU와 맺은 관세동맹으로 역내 수출 시 관세가 면제되며, 영국·한국 등을 포함한 3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거나 발효 중이다."

그래픽=손민균

─ 핀테크와 게임, 전자상거래 분야는 얼마나 성장했나

"튀르키예는 해당 분야에서 다수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사인 피크게임즈(Peak Games)와 드림게임즈(Dream Games), 마케팅 솔루션 기업 인사이더(Insider), 이커머스 플랫폼 트렌디욜(Trendyol) 초고속 배송 스타트업 게티르(Getir) 등이다. 이들 기업의 등장은 튀르키예 기업들이 국내를 넘어서 국제 무대에서도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모바일 게임 산업은 발전 속도가 빠르다. 사업·문화적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중동 등 주변 국가와 밀접히 연결돼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튀르키예에서 성공한 뒤 본사를 미국으로 옮긴 경우도 많다. 한국도 게임 분야 상위 5위 회사들이 튀르키예 시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 정부는 외국 기업에 어떤 혜택을 주고 있나.

"외국인 투자를 돕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다. 지난 2024년 7월 도입한 'HIT-30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는 전기차·배터리·반도체·재생에너지·모빌리티 솔루션·생명과학 등 첨단산업 분야 기업이 튀르키예로 진출할 때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비롯해 금융·고용 지원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약 300억달러가 투입되는 튀르키예 역사상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다.

그밖에도 튀르키예는 국제 투자자를 내국민과 동등하게 대우하며 재산권을 보호하는 한편,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 아울러 투자 관련 분쟁 발생 시 자국 법원뿐만이 아니라 국제 중재 절차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개방적인 FDI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 외국 기업이 튀르키예에 진출할 때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외국 투자자들은 규제 절차, 기관 간 조율, 시장 적응, 실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행정 절차와 현지 비즈니스 관행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이스탄불 금융센터(IFC·Istanbul Finance Center)를 방문하면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IFC는 국제 금융사와 투자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이스탄불에 조성한 금융 허브다. 이곳에서 투자자들은 기업 설립과 인허가부터 인센티브, 각종 허가, 부지 배정 등에 이르기까지 투자 전 과정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한국과 튀르키예의 경제 협력은 어떤 수준인가.

"현재 현대차(005380)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포스코를 비롯해 400개 이상의 한국계 기업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튀르키예에 진출해 있다. 양국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교역 구조도 소비재 중심에서 제조업 연계로 바뀌고 있다. 예컨대 셀트리온(068270)과의 파트너십 덕분에 튀르키예에서 생산되는 바이오 의약품(살아있는 세포·단백질 등을 이용해 만드는 약) 원재료의 절반이 한국으로 수출되고, 한국은 이를 가공해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 향후 한국 기업과 협력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기술 등 분야에서 한국과 튀르키예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튀르키예는 해당 분야의 인재와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 매년 90만명의 대학 졸업자가 배출되고, 이 중 기술공학 전공자는 7만2000명, 소프트웨어 전공자는 2만3000명에 달한다. 이는 한국 기업의 성장에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다.

방위산업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있다. 튀르키예는 한국과 비슷하게 여러 나라 사이에 끼어 있어 국방력을 키워왔다. EU 국가 중에서는 방위력 1위, 나토에서는 2위다. 항공 드론이나 로켓, 해양 등 다방면에서 발전돼 있다. 최근에는 한국과 협력해 배를 건조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그 외 핀테크와 게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Software as a Service) 등 여러 분야의 기술 스타트업이나 대기업들과의 협업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