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자산 시장에서 시세 조종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는 가운데, X(엑스·옛 트위터)에서 활동 중인 익명의 가상 자산 분석가 잭(Zach)XBT의 게시글이 주목받고 있다.

202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잭XBT는 가상 자산 사기와 시세 조종을 적발하고 도난 당한 자금을 추적하는 온체인(On-Chain·블록체인상의 네트워크) 조사관이다. 잭XBT라는 가명으로 100만 팔로워를 보유 중인 그는 수사 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가상 자산 부정행위를 직접 조사해 밝혀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 X(옛 트위터)에서 익명으로 활동 중인 잭(Zach)XBT를 상징하는 만화 '오리너구리' 아바타./X 캡처

최근 잭XBT는 시세 조종으로 의심되는 세력이 레이브다오(RAVE) 물량을 수개월간 매입해 한 지갑이 전체 유통량의 98%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작년 12월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 고팍스에 상장된 레이브다오 가격은 지난달 18일 한때 4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잭XBT의 폭로 이후 현재는 90% 이상 급락했다.

현물만 상장된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에서는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만기일이 없는 선물 계약)이 없어 가격이 급락하면 고점에 투자한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가상 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 카이코(Kaiko)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가상 자산 현물 거래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온체인 수사관', '익명의 탐정가' 등 많은 수식어가 있는 잭XBT도 가상 자산 사기 피해자였다. 그는 신규 가상 자산 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 붐이 일었던 2017년 과대 광고된 코인과 대체 불가 토큰(NFT·Non-Fungible Token)을 매수했지만, 개발자가 투자자들을 모은 후 자금을 빼돌려 잠적하는 일명 '러그 풀(Rug Pull·투자 회수 사기)'로 피해를 봤다.

약 1만5000달러의 손실을 본 잭XBT는 이를 계기로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상 자산 시세 조종과 해킹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했다. 잭XBT의 첫 번째 주요 조사는 2022년 초 피싱 사기범의 자금을 추적하는 것이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이 잭XBT의 공헌에 대해 감사를 표한 X 게시글./X 캡처

그는 온체인 데이터와 텔레그램 정보를 취합해 10대 피싱 사기범들을 찾아냈고, 미국 연방수사국(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범인을 체포했다. 당시 FBI가 공식 X 계정에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잭XBT는 유명세를 얻게 됐다.

잭XBT는 2024년 초 온체인 데이터와 자금 세탁 활동을 추적해 가상 자산 해킹의 배후에 있는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와의 연관성을 밝혀내기도 했다. 국가와 연계된 세력이 탈취한 가상 자산을 은폐하기 위해 탈중앙화 금융(DeFi·Decentralized Finance) 기능을 어떻게 악용하는지에 대한 잭XBT의 연구는 각국 수사 당국에 도움이 됐다.

잭XBT는 지난 4년 동안 200건 이상의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고, 25건의 가상 자산 해킹에서 2억달러(약 3000억원) 이상을 추적했다. 그는 약 40만달러에 달하는 커뮤니티 기부금으로 시세 조종 세력에 현상금을 거는 등 가상 자산의 부정행위 고발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