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체 채권 소멸 시효 연장으로 추심을 이어가는 금융사 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전(全) 금융권 연체 채권 소각 실적을 공시하고, 실적이 좋은 금융사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2분기 중 금융감독원 '금융기관 채권 대손 인정 업무 세칙'을 개정해 금융사 시효 완성 채권 소각 손실 비용(손비) 처리 기준을 개선한다.

일러스트=손민균

금융 당국은 연체 채권 소멸 시효를 연장하지 않고 소각하는 금융사에 해당 비용을 손비로 인정하고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금융기관 연체 채권은 원칙적으로 만기 후 5년이 지나면 소멸 시효가 완성되지만, 그동안 금융사들은 지급명령 신청 등으로 소멸 시효를 연장해 장기 연체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소멸 시효를 연장하지 않고 자동 소각하도록 두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금융사들은 사실상 소멸 시효 연장 금지 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도는 3분기 중 시행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이를 선택하지 않고 소멸 시효를 연장하는 금융사는 드물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와 법무부는 공시송달 특례 폐지도 추진한다. 금융회사는 연체 채권의 소멸 시효가 도래하면 법원의 지급명령(독촉 절차)이나 채무 승인 등을 통해 시효를 최대 10년 연장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신청하면 법원이 지급명령을 내리고 해당 사실을 채무자에게 알려야 한다. 채무자가 14일 이내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소멸 시효는 자동 연장된다.

현재 금융 채권에 한해 예외적으로 채무자의 주소지가 불분명한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채무자 통보 의무를 면제하는 공시송달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금융사가 채무자에게 직접 통보하지 않고 채권 소멸 시효를 10년 연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례를 폐지하면 금융회사는 소멸 시효 연장을 위해 일반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한다.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 소멸 시효를 연장해서 얻을 이익이 줄어든다. 금융위와 법무부는 조만간 특례 폐지를 위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한다.

금융 당국은 또 2분기 중 전 금융권의 채권 소각 실적을 공시하기로 했다. 실적에 따라 법정 출연료 차등 적용 등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