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에 이어 토스뱅크까지 애플페이 출시를 보류하면서 국내 시장 확산에 제동이 걸렸다. 카드사들은 오는 7~8월 삼성전자(005930)와 삼성페이 재계약을 진행하는데, 이미 일부 카드사에는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담은 계약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페이 수수료 문제가 애플페이 확산을 가로막는 주요 변수로 부상하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최근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늦췄다. 토스뱅크는 올해 1월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약관심사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서비스 출시가 지연되면서 이용자들의 기대감은 다소 꺾인 분위기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애플페이 가능 스티커가 부착된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뉴스1

토스뱅크보다 먼저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했던 카드사들도 잇따라 출시 시점을 늦추고 있다. 신한카드는 2024년 12월 약관심사를 마치고 기술 개발과 내부 테스트까지 완료했지만, 수차례 도입을 연기했다. 당초 올해 3월 출시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소식은 없다. KB국민카드도 최근 애플페이 관련 약관 심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지만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미루는 배경으로는 삼성페이 수수료 문제가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 삼성페이 출시 이후 현재까지 카드사에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반면 후발 주자인 애플페이는 결제 건당 약 0.15%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내부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고, 일부 카드사에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담은 계약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매년 7~8월에 카드업계와 삼성페이 계약을 갱신한다.

삼성페이가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카드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간편결제 시장의 연간 결제액은 약 350조원 규모로, 이 중 약 25%(약 88조원)가 삼성페이를 통해 이뤄진다. 삼성전자가 애플페이와 같은 수수료를 책정할 경우 카드사들은 연간 1300억원가량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 같은 시장 구조에서 수수료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진 카드사 입장에서는 애플페이 도입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결제 비중이 훨씬 큰 삼성페이 수수료를 감당하면서 애플페이까지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삼성페이 수수료 정책이 애플페이 확산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카드사들이 삼성전자의 눈치를 보며 도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 같은 수수료 인상 움직임이 실제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부담 증가를 우려하며 업계 상황을 주시하고 있어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페이 수수료 논란을 거론하며 "카드사 관련 수수료가 새롭게 부과되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 수수료 인상 여부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여러 방향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