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상반기 중 시범 운영 시작을 공언했던 '은행 대리업' 준비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은행 대리업은 은행 점포가 없는 지역 거주민들이 우체국 등에서 은행 업무를 대신 볼 수 있게 돕는 제도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과 우정사업본부는 은행 대리업 시범 운영에서 취급할 상품을 정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실무 회의를 진행 중이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스1

은행 대리업은 은행이 아닌 제3자가 은행업무를 대리 수행하는 제도다. 은행이 지방 점포 수를 줄이면서 취약 계층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에 대응하는 취지에서 등장했다. 호주, 일본 등은 20~30여 년 전부터 지역 우체국 등을 통해 은행 대리업을 수행 중인데, 윤석열 정부가 이를 벤치마킹해 2023년 7월부터 제도 도입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다만 은행 대리업이 '지난 정부 정책'이란 인식 탓에 좀처럼 추진 동력이 붙지 않던 상황이었다.

여당 관계자는 "당국 내에서는 '전 정부 정책인데 빨리 해결하고 넘기자'는 의견과, '전 정부 정책인데 굳이 적극 추진을 해야 하나'는 의견 등이 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2025년 3월 "올해 7월 중 은행대리업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연내 시범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3개월 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일정이 밀렸고, 은행 대리업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작년 12월 말에야 이뤄졌다. 그러면서 시범 운영 시작 일정도 반년 밀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우체국에서 어떤 상품을 취급할지 대부분 정해졌다. 시범사업 개시 날짜는 확정이 안 됐으나, 상반기 출시는 가능하다 보고 있다"고 했다.

은행과 우체국은 사업 진행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고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숙련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우체국 측에 괜히 상품 판매를 시켰다가 사고가 나면, 본인들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던 상황"이라며 "때문에 '굳이 이걸 해야 하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체국은 자체적으로 취급하는 상품과 본연의 업무가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기관 상품까지 팔아줄 여력이 어디 있냐는 기류가 있었다"고 했다.

은행 점포 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2020년 3304곳에서 2025년 2685곳으로 20% 남짓 감소했다. 5년간 은행 점포 5곳 중 1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고령 인구가 많은 제주(-26.3%), 전남(-25%), 경남(-22.3%), 경북(-20.9%) 지역 등에서 감소율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