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은행·보험업권 자본 규제를 대폭 완화해 생산적 금융 추가 재원 100조원을 마련한다. 은행권은 과징금을 위험자산 산출에 반영하는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3년으로 낮추고, 보험업권은 정책 프로그램에 장기 투자 시 자본 적립 규제를 절반 이상 완화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6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제5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은행·보험업권 자본 규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뉴스1

금융 당국은 이번 자본 규제 합리화로 은행권 74조5000억원, 보험업권 24조2000억원 등 최대 98조7000억원의 추가 생산적 금융 공급 여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합리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 과징금과 같은 재발 가능성이 낮은 은행권 대규모 손실 사건의 경우 관련 손실을 운영리스크에 반영하는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한다. 현재는 은행이 과징금을 받으면 해당 금액의 약 7배를 위험가중자산(RWA·Risk-Weighted Assets)에 10년간 반영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고 충분한 보상 완료, 법률 쟁송 종료 등 잔여 법률 리스크가 해소되는 경우 손실 사건 배제 심사를 통해 운영리스크 산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Loan To Value ratio) 담합 관련 과징금을 받은 은행은 자본 적립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권 구조적 외환포지션을 해외 장기 지분 투자 및 해외점포 이익잉여금까지 확대한다. 구조적 포지션이란 해외에 진출한 금융회사 현지 법인이나 지점의 출자금을 시장 리스크에 반영할 때 예외로 두는 것을 말한다.

은행이 노후된 신용평가모형을 재개발할 경우 금융 당국은 신속하게 이를 심사해 기업의 신용 공급을 활성화한다. 신용평가모형은 개선 시 성장성 있는 기업 선별 능력을 제고할 수 있고, 건전성·수익성 개선 등에 따라 자본 비율 상승 가능성도 높아진다.

보험사의 경우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프로그램 투자 시 자본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상 위험계수를 49%(비상장주식 등)에서 20% 이하로 경감한다. 위험계수란 보험 상품과 자산별 위험 수준에 따라 보험사가 추가로 쌓아야 하는 자본 규모를 정하는 지표다. 보험사가 위험 자산에 투자할 경우 손실에 대비해 자본을 더 많이 적립해야 한다.

적격 벤처투자에 대한 위험계수도 49%에서 35%로 경감한다. 적격 벤처투자는 '벤처기업육성특별법'에 따라 벤처기업으로 확인된 기업의 주식이나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 벤처펀드를 통해 투자한 경우다.

보험사 인프라 특례(위험계수 20% 적용)가 적용되는 '적격 인프라' 범위에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기반시설 등도 포함한다.

매칭조정 제도도 활성화한다. 매칭조정 제도는 특정 자산과 보험부채의 현금흐름이 유사한 경우 해당 부채에는 국채가 아닌 해당 자산의 수익률을 할인율로 활용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는 자산과 부채의 현금흐름이 고정되면서 100% 매칭될 것을 요구하는 등 엄격한 요건으로 실제 활용되는 사례가 없었다. 이에 변동금리 자산에 대해서도 일정 미스 매칭률(예: 10% 이내) 범위 내에서 매칭조정을 허용한다.

보험사가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계수도 개선한다. LTV 60~80%에 해당하는 주담대에 대한 위험계수를 은행권 수준에 맞춰 현행 3.5%에서 4.0%로 상향한다.

정부의 일부 보증 인프라 대출의 경우 해당 보증분은 무위험(위험계수 0)으로 분류한다. 약관상 차입 목적이 유동성 관리이며 차입 기간이 1년 이내로 명시된 경우 레버리지펀드에서 제외하는 등 위험액 측정 방식도 합리화한다. 요구 자본 산출 관련 보험사 내부 모형을 도입하고, 유동성 프리미엄 산출 기준도 개선한다.

이억원 위원장은 "확보된 자금 공급 여력을 바탕으로 중동 사태로 더욱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고 '민생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