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일부 의료 소비자 단체의 반발로 도입이 계속 연기되던 '자동차보험 8주룰(rule)'이 법제처 문턱을 넘었다. 한의학계는 여전히 8주룰 도입을 반대하고 있어 최종 제도 도입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2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8주룰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법제처 심사를 통과했다. 8주룰은 자동차 사고 경상 환자(상해 등급 12~14급)가 8주를 초과해 치료받을 경우 의학적 필요성을 추가로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다. 개정안에 따르면 8주 이상 치료를 받고 싶은 경상 환자는 상해 정도 및 치료 경과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아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에 심사를 요청해야 한다. 진흥원은 이를 검토한 뒤 심사 결과를 환자와 보험회사 등에 통지한다.

일러스트=이은현

정부는 작년 6월 자동차손해배상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8주룰을 올해 1월 1일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한의학계와 소비자 단체가 경상 환자의 치료권을 제한한다고 반대하면서 제도 시행이 미뤄졌다.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질책이 있었고, 정부는 결국 제도 도입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후 올해 1월 금융감독원이 보험업 감독 업무 시행 세칙 개정안을 예고하면서 8주룰 도입 시점을 3월 1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또다시 한의학계 반발로 도입 시점을 이달 1일로 연기했지만, 이마저도 미뤄졌다. 세 차례 연기 끝에 8주 룰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이 법제처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8주룰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시행이 최종 확정된다.

한의학계는 여전히 제도 도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국민의 치료권을 침해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일부 고객의 과잉 진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라 전체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000810), 현대해상(001450),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005830) 등 4대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로 8주를 넘겨 치료받은 경상환자 중 13만8991명(87.9%)이 한방 환자였다. 보험업계는 이런 한방 과잉 진료 구조가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 전문 한방 병원까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일부 환자의 도덕적 해이가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엔 제도가 시행돼야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