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본 유출·자금 세탁 위험 등의 이유로 2017년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 가상 자산(코인) 기업 투자를 금지한 가운데, 국민연금은 관련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해외 가상 자산 기업과 협업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사기업의 투자는 위험하다고 금지하면서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은 투자를 늘리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24년 미국의 스트래티지 주식을 사들인 뒤 2년간 꾸준히 보유액을 늘려 왔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을 회사 재무 자산으로 편입하는 대표적인 DAT(Digital Asset Treasury) 기업이다.

일러스트=제미나이 나노바나나2

국민연금이 보유 중인 가상 자산 관련 주식은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77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미국 가상 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등 해외 가상 자산 기업 주식 보유량을 계속 늘리고 작년 4분기에는 스트래티지 주식 10만2769주를 추가 매수했다.

해외 주요 국가 연기금은 가상 자산에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호주 AMP연기금, 미국 미시간주 연기금,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 자산과 스트래티지 주식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국민연금은 해외 가상 자산 기업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투자는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나온 가상 자산 긴급 대책이 9년째 행정 지도 형태로 유지되며 지금까지 막혀 있다. 투자는 물론 송금도 불가능하다. 일본, 미국과 같은 주요국 기업은 해외 가상 자산 관련 기업에 자유롭게 투자하고 개별 상장사나 주요 주가지수 추종 상품을 365일,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가상 자산 기업의 실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자를 못 하게 한다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의 투자는 더욱 강력하게 막아야 한다. 사기업의 투자는 막고 국민연금의 투자는 허용하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9년 전 긴급 대책과 외환 당국의 행정지도는 모두 근거 법령 없이 유지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근거 법령 없이 투자가 막혀 있다는 건, 투자를 허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과 같다. 정부와 당국의 의지만 있어도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후보 시절 가상 자산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디지털자산위원회는 작년 5월 가상 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자유로운 투자 환경을 만들겠다며 "디지털 자산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금융 흐름에서 낙오돼 통화 주권을 상실하고 국민 자산 성장 기회를 놓치는 리스크(위험 요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