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박 보험료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되자, 최고 100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운임료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보험업계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 등 전쟁 위험 지역에 진입해 계약이 갱신된 선박보험은 총 26건이었다.
보험료 상승률은 보험사별로 200~1000%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상승 폭이 가장 큰 곳은 한화손해보험다. 간사사로 참여한 1건의 보험료가 기존 5000만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1056% 치솟았다. 현대해상의 8건도 6억4000만원에서 41억5000만원으로 553% 뛰었다. 이 외에도 ▲삼성화재(8건) 334% ▲KB손해보험(6건) 253% ▲메리츠화재(3건) 221% 등으로 확인됐다.
각 보험사마다 상승률에 차이가 나는 요인은 재보험사별로 전쟁 위험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선박·적하보험은 중동 지역 등 고위험 지역 진입 시 전쟁 특약을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 전쟁 발생 시 보험사나 재보험사가 일정 기간 내 기존 계약 취소를 통보하고(NOC·Notice Of Cancellation), 전쟁 위험이 반영된 새로운 보험료율로 재계약을 체결한다.
통상 해상보험은 다수의 보험사가 공동으로 보험계약을 인수하고, 이를 재보험사에 또다시 넘겨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선주·화주들은 전쟁 위험이 큰 탓에 높은 보험료를 내고서라도 보험에 재가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와 보험료가 함께 오르자, 운임료 상승도 예상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5일 '수출기업 물류 애로 비상대책반'에 총 193개 기업, 총 469건의 수출입 물류 애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해상운송 중단 등 운항 지연이 129건으로 가장 많았다, 급격한 운임 상승과 전쟁 할증료 부과(117건) 등이 뒤를 이었다.
보험사도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 11개 원수사와 2개 재보험사가 보유한 중동 지역 선박·적하보험에서 부담해야 할 보험금은 약 1조8359억원으로 추정된다. 보험시장 전체 규모에 비해서는 적은 금액이지만,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실제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김진억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해상 화물 보험·에너지 보험의 손해율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재보험 비용 급등분을 단기에 보험료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 보험사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보험사 위험 요인을 점검할 계획이다. 보험사들도 중동 지역 소재 기업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 의원은 "전쟁이 장기화하면 국내 수출기업과 금융시장 재무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실제 사고로 손해율이 상승하면 다른 보험상품의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어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