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논의 과정에서 그동안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온 전문기업보다 은행과 빅테크(대형 IT 기업)에 더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이에 낙담하지 않고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비댁스의 비전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정부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법정 화폐나 실물 자산과 가격이 연동된 가상 자산) 발행 자격을 은행 주도 컨소시엄에 부여하려는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비댁스는 법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자산 수탁 기업이다. 작년에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KRW1'을 공식 발행했다.
그는 국회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입법은 혁신과 안정 사이의 균형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통화·결제·외환과 연결되는 만큼 공공성이 크기에 제도 설계 과정에서 은행의 역할을 크게 보는 흐름은 놀랍지 않다"면서도 "은행만으론 산업이 빠르고 유연하게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댁스가 개발한 KRW1은 100% 담보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원화에 대해 1:1 준비금을 유지하며, 발행한 토큰은 국내 주요 시중은행에 예치된 원화 자산으로 전액 담보된다. 다음은 류 대표와의 일문일답.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까지 하다가 디지털자산 관련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로펌에 근무하면서 여러 산업의 변화와 제도 설계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디지털자산과 블록체인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 금융 인프라를 바꿀 수 있는 흐름이라고 판단했다. 법률과 규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인프라를 만들고 싶었다. 그 문제를 가장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커스터디(custody)라고 판단해 창업하게 됐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의 개념을 쉽게 설명한다면.
"커스터디는 디지털 자산의 은행이라고 보면 된다. 현금이나 귀중품을 안전한 장소에 맡기듯,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해준다. 또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 이동하는지, 사고를 막기 위한 통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함께 관리한다."
─국내외 여러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어떤 청사진을 갖고 있나.
"파트너십은 '이 회사가 실제로 같이 일할 수 있는 회사인가'에 대한 검증의 결과다. 비댁스는 처음부터 기관 시장을 염두에 두고 보안, 준법 경영, 운영 안정성을 갖추는 데 집중해 왔다. 글로벌 기업은 한국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고, 국내 금융기관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술을 연결할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 비댁스가 그 접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우리은행, 갤럭시 디지털, 서클, 리플 등 국내외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게 된 배경이다.
비댁스는 단순 수탁을 넘어 법인 및 기관 투자자를 위한 디지털 자산 종합 인프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한 청사진은 세 단계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는 안전한 커스터디, 둘째는 기관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거래·보관·운용 인프라, 셋째는 결제·토큰화·국경 간 자금 이동 같은 실사용 금융 서비스다. 이 세 축이 연결돼야 디지털 자산이 '투자 대상'에서 '금융 인프라'로 넘어갈 수 있다."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와 함께 금융권이 인프라 경쟁에 나서는 흐름을 어떻게 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하나의 코인을 누가 발행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보관·준비 자산 관리·정산·유통·감사·준법 경영을 포함한 인프라 경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단순한 선점 경쟁보다, 누가 더 안정적이고 규제 친화적인 구조를 갖추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비댁스는 이 과정에서 은행, 커스터디 사업자,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결제 사업자가 각자의 역할을 나눠 협력하는 모델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국회와 정부는 은행 주도 컨소시엄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을 주려고 한다.
"은행만으로는 생태계가 빠르고 유연하게 성장하기 어렵다고 본다. 발행의 신뢰는 은행이 보강할 수 있지만 ▲기술 구현 ▲수탁 ▲유통 ▲온체인 연계 ▲해외 네트워크 확장까지 고려하면 전문 인프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더 바람직하다. 은행 중심의 안정성을 인정하되, 커스터디·기술 기업·플랫폼 사업자가 함께 역할을 나누는 개방형 컨소시엄이 한국형 모델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비댁스의 향후 비전과 목표는.
"비댁스의 목표는 한국에서 시작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용 디지털 자산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디지털 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올수록 시장에는 더 높은 수준의 신뢰, 보안, 규제 적합성, 글로벌 연결성이 필요해진다. 비댁스는 바로 그 기반을 만드는 회사가 되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자산도 기존 금융처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커스터디를 넘어 결제, 토큰화, 기관 운용, 글로벌 네트워크 연결까지 포괄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한국이 디지털 금융 전환의 수요국이 아니라 선도국이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