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의 자금세탁방지(AML·Anti Money Laundering)와 의심 거래 적발 등의 업무를 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이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가상 자산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금융 산업에 대한 대처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디지털 금융 혁신으로 처리할 정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나 이를 걸러낼 인력은 오히려 줄었다.

1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FIU에 신고된 의심 거래 보고(STR·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건수는 약 130만건으로 전년보다 약 20% 늘었다. 반면 STR을 확인하는 FIU의 정원은 79명으로 3년째 변함이 없고 2021년(83명)과 비교하면 4명 줄었다. 금융사나 가상 자산 사업자는 자금 세탁, 불법 자금의 흐름이 의심되는 거래가 있으면 FIU에 신고해야 한다.

그래픽=손민균

금융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STR 보고 건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2006년 2만4149건이던 STR 보고 건수는 2011년 32만9436건, 2023년 90만6462건을 기록했고 가상 자산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2024년에는 100만건을 돌파했다. STR 보고 건수는 2006년부터 작년까지 20년 새 약 5300% 급증했지만 인력은 20명 늘어나는데 그치면서 이 기간 인당 처리 건수는 409건에서 1만6456건으로 40배 뛰었다. 작년 영업일수를 기준으로 하면 FIU 직원 한 명이 하루 평균 67건의 의심 거래를 분석하는 것이다.

한국과 금융 시장 규모와 환경이 비슷한 호주 전략분석센터(AUSTRAC)의 총원은 616명(2024년 기준), 연간 STR 건수는 45만2951건으로 인당 처리 건수는 735건이다. 독일 FIU는 754명이 26만5708건을 담당(인당 평균 352건)했다.

STR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범죄 추적 및 불법 자금의 동결·몰수가 어려워진다. 또 마약·테러 등 중대 범죄가 확산될 수 있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에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 국제적으로 금융 신뢰가 떨어져 제재 회피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

FATF는 각국의 상호 평가 등급을 ▲정규 후속 점검 ▲강화된 후속 점검 ▲제재 대상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제재 대상 국가로 분류되면 연 3회 검사를 받는데, 한국 FIU는 가장 높은 등급인 '정규 후속 점검' 등급을 받았다.

다만 법인의 투명성 관리 체계 및 비금융 사업자와 관련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인의 실소유자 정보를 관리하는 체계를 도입하고, 특정 비금융 사업자의 AML 의무 도입 등 신규 제도 도입·운영을 위한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FIU는 마약·테러 등 중대 민생 범죄 계좌를 지급 정지하는 내용을 업무 계획에 담았는데, 업무 범위가 늘었음에도 인력 충원 계획은 없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협업하기도 하지만, FIU의 업무는 개인의 재산권 및 개인정보 보호와 맞닿아 있어 외부에 위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