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금융 당국이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에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으면 조(兆) 단위의 거래소 지분이 시장에 풀릴 전망이다. 가상 자산 업계는 이 정도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금융지주사뿐이라 향후 가상 자산 산업이 금융지주사 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가상자산위원회를 열어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관련 정부안 최종 논의를 진행한다. 이어 여당도 5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여당안을 최종 논의한다.
금융위는 이번 가상자산위원회에서 가상자산 2단계법 정부안,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함께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빗썸 사태를 명분으로 대주주 지분 제한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상한선이 15%일지 20%일지는 모르지만, 상한선이 생긴다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주주 지분 제한 상한선이 15%로 잡히면 시장에 풀릴 5대 거래소 지분 가치는 각각 수백억~수천억 원에 달한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총 발행 주식 수는 약 348만7000주, 주당 가격은 22만8000원 수준이다. 이 중 송치형 의장이 25%를 들고 있는데, 대주주 지분 15% 제한에 따라 내려놓을 지분 10%의 가치는 약 9870억원이다.
빗썸은 총 발행 주식 수가 235만9000주, 주당 가격은 22만7000원 수준이다. 빗썸 홀딩스가 73%를 들고 있다. 대주주 지분 15% 제한이 적용되면 나머지 58%를 팔아야 하고, 그 가치는 약 3100억원이다. 코인원(차명훈 대표 53%), 코빗(미래에셋컨설팅 92%), 고팍스(바이낸스 67%) 등 다른 거래소 지분도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을 비롯한 주요 금융 지주사는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 자산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합종연횡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인 관련 인프라(기반 시설)를 구축한 거래소 지분이 시장에 나오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업계 1, 2위 거래소 지분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가상 자산 업계는 거래소가 반강제로 지분을 넘기는 상황이 오면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요구할 지분 제한선을 맞추지 못하면 영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금융지주사가 이를 알고 가격을 내려치면 당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