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대부분의 가상 자산 기업은 한국거래소(KRX)와 같은 구조나 규모에 한참 못 미칩니다. 가상 자산 산업계는 변화가 빨라 스타트업 성격이 강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민첩성이 중요한데, (가상 자산 거래소) 지분이 분산되고 이해 관계자가 많아지면 의사 결정과 혁신 속도는 느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걸프 바이낸스의 니룬 푸왓타나누쿤 최고경영자(CEO)는 금융위원회가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려는 것과 관련에 이렇게 말했다. 걸프 바이낸스는 태국 최대 민간 전력사인 걸프 에너지와 바이낸스가 협력해 만든 거래소다.
그는 정부가 가상 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기반시설)'로 규정하고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규제 당국이 왜 그런 논의를 하는지는 이해한다. 거래소는 금융 시장에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분 제한은 이해 상충을 줄이고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분을 제한하면 의사 결정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태국의 가상 자산 거래 시장은 한국의 5% 미만이지만, 법 체계는 한발 앞서 있어 거래소의 내부 통제도 체계적이다. 걸프 바이낸스는 규제 기관과 협력도가 높고 경찰과 가상 자산 관련 범죄 공조 수사도 잦은 편이다.
푸왓타나누쿤 대표는 네이버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두나무, 코빗 등 가상 자산 거래소와 협력을 논의하는 상황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태국에서는 이미 기관 투자가 이뤄지고 가상 자산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선물 등 옵션 거래에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그는 "가상 자산 거래 시장은 기관이 들어와야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푸왓타나누쿤 대표와의 일문일답.
─걸프 바이낸스는 단순한 해외 지사가 아니라 태국 대기업과의 협업 사례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낸스의 핵심 전략은 주요 시장의 현지 라이선스(license·허가)를 기반으로 규제를 준수하는 데서 시작한다. 태국이나 한국처럼 규제가 확실한 시장에서는 제대로 사업하기 위한 라이선스가 필요하고 글로벌 사업자가 직접 진입하기 쉽지 않다. 태국에서는 대기업인 걸프 에너지와 파트너십 기회가 생겼다."
─전통 인프라 기업과 합작해 어떤 시너지를 얻을 수 있었나.
"합작 구조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당시 바이낸스는 태국에서 존재감이 없었고 금융 당국은 해외 사업자에 경계심이 있었다. 반면 걸프는 태국 시장에서 오래 축적된 경험과 신뢰를 갖고 있었고 정부와 당국과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이를 통해 바이낸스가 태국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인프라가 형성됐고 시장 성과는 물론 당국과의 관계도 두텁게 가져가고 있다."
─한국 정부가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면 바이낸스도 고팍스의 지분 매각이 필요한데.
"해당 규정이 법제화된다면 바이낸스는 당연히 규정을 존중하고 준수할 것이다. 다만 당국의 본질적인 우려가 거버넌스나 이해 상충이라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나 독립적인 이사회, 정기감사 등도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분 제한이 문제에 비해 다소 강한 조치일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대부분의 해외 글로벌 거래소는 이런 지분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국에서만 이런 규제가 적용되면 글로벌 거래소와의 경쟁에서 국내 사업자가 불리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당국이 고려하는 증권거래소 수준의 공공 인프라로 자리 잡는 시점이 온다면 지분 제한은 필요하지만 아직은 이른 시점이 아닌가 싶다."
─적격성 심사나 다른 규제로 당국이 요구하는 기업 책임과 거래소 혁신을 충족할 수 있나.
"그렇다. 태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가 거래소의 이사회, 경영진, 최종 수익 소유자 등 핵심 인물에 대해 엄격한 적격성 심사를 거치고 임명 전 승인도 받는다. 적격성 심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하나의 방법일 뿐 당국에서는 독립적인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리스크(위험 요인) 관리 기능, 정기 감사, 내부 통제 규정 등 다양한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태국은 가상 자산 ETF, 선물 등 옵션 상품을 확대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ETF를 논의하는 이유는 태국에서 규제된 투자 상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태국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선물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선물 거래가 현물보다 훨씬 활발한데, 수요가 있는 상품을 막으면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태국 정부는 이를 허용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두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문제가 생겨도 국내에서 대응이 가능하다."
─다양한 상품은 기관 자금의 유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 자산 거래는 여전히 개인 고객 비율이 크다. 이들은 단기적이고 투기적인 성향이 강한데, 기관은 가상 자산 업체의 지배 구조와 내부 통제를 꼼꼼하게 살핀다. 기관 자금의 유입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고 시장 확대에도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