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3 벤처캐피털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가 미래의 인공지능(AI) 시대에서는 완성된 하나의 콘텐츠보다 이 콘텐츠의 세계관을 어떻게 확장하느냐에 따라 지식재산권(IP)의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시드는 AI 확산 이후 IP의 경쟁력 변화와 2차 창작 생태계의 과제를 다룬 글을 공개했다고 27일 밝혔다. 김 대표는 생성형 AI로 창작 비용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환경에서 IP의 해자가 '선형적 서사'가 아닌 팬이 확장하고 싶어 하는 '세계관의 밀도'로 이동 중이라고 진단했다. IP 해자는 기업이 IP로 경쟁 우위를 확보해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전략을 뜻한다.
김 대표는 "프롬프트 한 줄로 원작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영상이 만들어지는 시대에서 IP의 본질이 재정의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콘텐츠)의 힘이 IP의 핵심 자산이었다면, 앞으로는 캐릭터·미학·규칙·집단 기억이 응축된 세계관 자체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탈중앙 금융(DeFi·디파이)의 총예치 자산 규모(TVL) 개념을 확장해 IP에 적용할 수 있는 지표로 '세계관 총가치(TVW)'가 제안됐다. 해시드에 따르면 TVL이 프로토콜에 잠긴 자산의 총량을 추정한다면, TVW는 하나의 세계에 얼마나 많은 상상력과 참여가 축적돼 있는가를 측정한다. 예를 들어 마블과 포켓몬의 경우 개별 작품의 흥행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세계관 밀도'가 장기적 가치의 기반이 될 것이란 구상이다.
다만 김 대표는 세계관이 팬에 의해 확장될수록 저작권 침해 역시 구조적으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오픈소스 생성형 이미지·영상 엔진의 확산, 로컬에서 구동되는 모델, 익명 서버와 국경을 넘는 프롬프트 등 2차 창작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 산업이 불법 다운로드를 완전히 막지 못했고, 결국 합법적 유통 구조가 등장하며 산업이 재성장했다"며 "문제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현명하게 열 것인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단순한 수익 배분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팬이 만든 세컨더리 IP의 지위, 커뮤니티 기반의 품질·방향성 관리, 원작자의 창작 의도와 세계관 정합성 보호 등 복합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여를 추적하고 권리를 증명하며 보상을 자동 분배할 수 있는 투명한 원장(ledger)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는 블록체인이 적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AI가 창작의 비용을 제로에 수렴시킨다면, 블록체인은 창작의 가치를 정산하는 레이어가 될 것"이라며 "두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IP 산업의 다음 장이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