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고강도 대출 규제를 예고했지만, 정작 규제의 근거가 될 기초 통계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그간 다주택자의 투기적 수요가 집값을 올린다며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으나 정확한 통계조차 없었던 것이다.

2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까지 주요 시중은행과 상호금융권에 다주택자·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상세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금융위가 파악 중인 정보는 다주택자의 경우 차주의 주택보유 수를 기준으로 ▲상환 형태(원리금 상환, 거치식분할 상환 등) ▲주택 유형(아파트 여부) ▲대출 잔액 ▲만기 시점 ▲담보 물건의 위치(규제지역 여부) 등이다.

주택 임대사업자는 개인 사업자, 법인 사업자, 개인 매매사업자, 법인 매매사업자 등 4개 군으로 분류해 다주택자와 동일하게 대출 상환 형태 및 주택 유형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뉴스1

금융 당국이 추가 자료를 요청한 것은 현재 가진 정보가 규제를 만들기에 한참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거주 지역별 다주택자 수나 연령별 다주택자 수 같은 자료는 있지만, 서울에 거주하는 다주택자가 서울에 가진 주택은 몇 채인지, 이 주택이 연립인지 아파트인지와 같은 세부 자료는 없다. 금융 당국은 앞서 여러 차례 진행한 회의에서 금융권의 정보를 역으로 추산해 기초 통계 구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금융권은 다주택자 정보를 확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당국에서 요구하는 자료는 지금까지 취급하지 않았던 정보이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심사할 때 세대원의 무주택 여부나 보유 수는 확인하지만, 임대 사업자 대출 심사 때는 차주에 대한 정보가 필수 파악 조건이 아니고 담보 물건에 대한 정보만 취합한다.

금융 당국은 국토교통부, 국세청과도 협업해 다주택자 주택 보유 현황을 정밀 추적 중이다. 이번 주까지 기초 통계 작업을 진행하고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규제 내용 논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를 토대로 정책을 정교하게 설정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