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려는 이유는 은행, 증권사 등 전통 금융사가 주주로 참여해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상 자산 업계에서는 대형 사고가 종종 일어나는데 대부분 내부 통제가 부실한 것이 원인이다. 2022년 11월 당시 세계 3위 가상 자산 거래소인 미국의 FTX가 파산하면서 며칠 사이 수십조 원이 증발했는데, 파산 원인은 창업자의 사기와 횡령이었다. FTX 창업자이자 대표였던 샘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의 트레이딩 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손실을 메우려고 FTX의 고객 예치금 약 100억달러(약 13조원)를 몰래 빼돌렸다.
이를 알게 된 고객들은 한꺼번에 자금 인출을 시도했고 뱅크런(bank run·대규모 자금 인출)이 발생하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기가 가능했던 것은 대표 1인에게 모든 권한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대주주의 독단 경영을 막기 위해 대주주 지분 제한을 추진하지만, 지분이 분산되면 경영 속도가 늦어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가상 자산 산업은 변화가 빠른데, 지분이 분산돼 전문 경영인이 들어오면 신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하기 힘들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해외 거래소와의 역차별로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들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바이낸스, 바이비트, OKX 등 세계 주요 가상 자산 거래소는 대주주가 사업을 진두지휘한다.
나스닥 상장사 코인베이스의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의 공시 의무 기준에 따르는데, 지분율 제한은 없다. 유럽연합 미카(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는 10%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의 도덕성과 재무적 건전성 등 적격성을 검토하고 지분이 늘리려면 당국에 사전 통지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일률적으로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기보다는 일정 지분 이상을 가진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투자자 보호 명분이라면 일본처럼 고객 예치금을 신탁기관이나 독립된 제3은행에 보관하도록 하고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