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가상 자산(코인)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려고 하자 가상 자산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상 자산 업계가 반발하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분 제한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가상 자산 산업을 육성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가상 자산 2단계법(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도 늦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가상 자산 산업이 제도권에 포함되는 만큼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전통 금융업자가 가상 자산 거래소 지분을 보유하길 원한다. 국내 가상 자산 투자자는 약 1100만명으로 추산되고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최대 수십조원에 달하는 만큼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그래픽=나노바나나

금융위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가상 자산 거래소를 '인가'할 방침이다. 정부의 인가를 받으면 영구적인 공신력을 갖게 되는 만큼 지배 구조 분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는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 최대 주주다. 당국은 지분이 특정인에게 집중돼 있으면 내부 통제 부실, 사익 편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가상 자산 업계는 대주주 지분 제한은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과잉 규제로 혁신 의지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반발한다. 합법적으로 회사를 키워온 창업자에게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당국이 논의하는 대로 대주주 지분이 20% 미만으로 분산되면 신속한 의사 결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그래픽=정서희

가상 자산 업계는 새로운 메인넷(Mainnet·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메인 네트워크)이 등장하거나 탈중앙화 금융(De-Fi·Decentralized Finance), 실물 자산 토큰(RWA·Real-World Assets) 등 새로운 사업이 나오면 빠르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이 때문에 국내 거래소에만 엄격한 지배 구조 규제를 적용하면 국내 거래소의 서비스 품질은 해외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가상 자산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금융 당국은 역차별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2022년 테라-루나 사태와 세계 3위 코인 거래소 FTX 파산 등 가상 자산 업계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 보호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