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지주(138930)의 미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부산·경남은행 전산망 통합이 수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BNK는 두 은행 전산망을 따로 운영하느라 매년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낭비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산망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내부에선 "법적 문제, 지역 주민들 여론 문제로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이 추진을 공언했던 부산·경남은행 전산망 통합은 사실상 진행이 멈춰 있다.

BNK금융지주 산하 부산은행, 경남은행 로고. /조선DB

앞서 부산은행 지주사였던 BS금융이 지난 2014년 경남은행을 인수하며 BNK그룹이 출범했다. 이후 10년 넘게 두 은행은 사실상 한 지붕 식구임에도 전산망을 별도 운영했다. 전산망 2개를 운영하는 탓에 추가로 들어가는 돈은 매년 1000억원 안팎이다. BNK 관계자는 "700억~800억원가량이 시스템 구축을 위한 IT 투자 비용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비용은 200억~300억원 정도"라고 했다.

때문에 부산·경남은행 전산망 통합은 BNK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다. 김지완 전 BNK그룹 회장도 지난 2017년 취임 당시 전산망 통합 추진을 공언했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빈 회장도 첫 취임 직후인 2023년 4월 "중복 투자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산·경남은행 전산망 통합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후 지난해 2월 부산·경남은행은 전산망 운영 체제를 같은 것으로 통일하는 데까진 성공했다.

그 뒤로 1년이 지났으나 두 전산망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은 실질적으로 진행된 게 거의 없다고 한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전산망 통합 얘기가 나오면 내부에서는 '또 저러네'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BNK금융그룹 본사 전경. /BNK금융그룹 제공

서로 다른 은행이 전산망을 합치려면 법적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32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고객의 동의 없이 개인신용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 부산·경남은행은 같은 BNK금융지주 소속이지만 법적으로는 서로 제3자다.

업계 관계자는 "전산망이 하나로 합쳐져 데이터베이스(DB)가 공유되면, 동의하지 않은 고객의 정보가 상대 은행 측에 노출될 위험이 있어 신용정보법 여러 조항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BNK 한 곳 때문에 법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말했다.

경남은행을 이용하는 지역 고객들이 전산망 통합에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BS금융이 경남은행을 인수할 때도 반발이 매우 거셌다. 지역민들은 전산망 통합을 두고 '부산은행이 경남은행을 흡수 통합하려 포석을 까는 것'이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산망 통합을 강하게 추진하면 지역 주민들이 등을 돌릴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경남·울산 지역 상공계,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등은 경남은행이 BS금융에 인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100만 서명운동을 벌였다. 당시 경남도의회와 시의회 등은 "BS금융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금고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