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STO)은 단순히 기술적 변화가 아니다. 증권사가 전통적인 국내 자본시장의 틀을 깨고 글로벌 자산 시장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생긴 것이다."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사업본부장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전자증권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내 증권 업계에 가져올 사업적 파급력을 이같이 진단했다. 분산 원장(블록체인)의 법적 효력이 인정되면서, 증권사는 이제 기존 시스템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웠던 다양한 신종 자산을 상품화할 수 있는 광활한 영토를 얻게 됐다는 평가다.
이 본부장은 이번 법 개정의 핵심 사업 모델로 '장외거래중개업'과 '수익증권 토큰화' 를 꼽았다. 그는 "초기에는 부동산, 음악 저작권 등 이미 시장성이 검증된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을 중심으로 토큰화 사업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본부장은 "기초 자산 보유자는 증권사의 높은 신뢰도와 내부 통제 역량, 마케팅 파워를 빌리길 원한다"며 "미래에셋은 이들의 자산 토큰화를 돕는 '토큰화 솔루션'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주도권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업무 영역이 기술 지원과 컨설팅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된다는 논리다.
금융의 미래 모습으로는 'T+0(즉시 결제)' 와 '스테이블코인과 융합'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증권과 돈이 동시에 토큰화돼 움직이면 정산 지연 없는 365일 24시간 거래가 가능해진다"며 "전 세계 투자자가 시공간 제약 없이 토큰화한 글로벌 우량 자산에 손쉽게 투자하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5년 뒤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는 블록체인 인프라 기반의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증권 업계에 어떤 의미가 있나.
"두 법안은 각각 발행과 유통이라는 두 축을 세웠다. 전자증권법 개정으로 블록체인의 법적 효력이 인정되면서 토큰증권이라는 새로운 발행 방식이 공식화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은 그간 유명무실했던 '투자계약증권'에 유통 규제를 입혀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장외거래중개업 인가가 신설된 것이 핵심이다. 이제 인가받은 중개업자를 통하면 장외에서도 다자간 상대매매가 가능해진다. 제도적 불확실성이 걷히고 본격적인 시장이 열린 셈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금융의 미래는 자산의 토큰화'라고 했다. 투자자가 체감할 혁신은 무엇인가.
"결제 지연이 사라지는 'T+0(즉시 결제)' 시대다. 현재 주식 거래는 체결 후 돈이 들어오기까지 2일(T+2)이 걸린다. 하지만 증권과 돈(스테이블코인)이 동일한 블록체인에서 움직이면 거래 즉시 정산이 끝난다. 새벽 배송을 경험한 소비자가 일반 배송으로 돌아갈 수 없듯, 실시간 결제를 경험한 투자자는 과거 방식을 찾지 않을 것이다. 또한 365일 24시간 멈추지 않는 시장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
증권사가 가장 먼저 주목하는 토큰증권 발행 분야는 어디인가.
"이번 인가는 수익증권에 한정돼 있다. 따라서 증권사는 이미 발행 사례가 있는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 즉 부동산이나 음악 저작권 같은 기초 자산 토큰화에 우선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생소한 자산보다 이미 검증된 자산을 토큰화해 시장 신뢰를 쌓는 것이 먼저기 때문이다."
발행사가 직접 토큰을 발행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제도'가 생겼다. 증권사의 주관 업무를 위협하진 않겠나.
"오히려 새로운 협력 모델이 될 것이다. 기초 자산 보유자가 직접 시스템을 갖추기보다 전문성과 신뢰를 갖춘 증권사가 발행을대행해 주길 원한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토큰화 솔루션을 통해 이들의 발행을 돕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위협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는 과정이다."
법 시행까지 남은 1년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하나.
"첫째도 둘째도 '투자자 보호 체계'다. 인프라가 바뀌는 만큼 기존 제도와 블록체인 기술 사이 빈틈을 메워야 한다. 또한 다양한 기초 자산을 수용할 수 있는 범용성 있는 플랫폼 구축과 비정형 자산에 대한 공정한 가치 평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이 가치가 곧 투자자 가격이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래에셋증권이 STO 시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다. 어떤 전략이 있나.
"우리는 블록체인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도약의 핵심으로 본다. 미래에셋그룹은 전 세계에 1160조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금융사 중 유일하게 본부 단위의 사업· 개발 조직을 갖춘 것이 강점이다. 블록체인은 국경이 없다. 전 세계 투자자가 시공간과 통화의 제약 없이 우리가 토큰화한 우량 자산에 투자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5년 뒤 STO가 대중화한 환경에서 개인투자자의 투자 풍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초기엔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 '토큰증권 탭'이 공존하겠지만, 시장이 성숙해지면 기존 인프라가 필요 없는 '블록체인 기반 통합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명칭이 MTS일지, 월렛(지갑)일지는 모르겠으나 24시간 내내 전 세계의 다양한 자산을 단 하나의 앱으로 매매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금융 산업 전체가 블록체인으로 옮겨가는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