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STO)은 향후 5~10년 내 금융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이미 실험 단계를 지나 주식과 펀드, 채권이 온체인(블록체인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 내역 블록체인 위에 기록)에서 직접 발행·거래·결제되는 '대중적 채택'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마이클 태넌바움(Michael Tannenbaum) 피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STO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태넌바움 CEO는 JP모건, 헬먼앤드프리드먼을 거쳐 미국 대형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인 소파이(SoFI)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금융 전문가다. 그가 경영을 맡고 있는 피겨는 자체 개발한 '프로미넌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금융 전 과정을 디지털 원장에서 구현해 낸 덕에 STO 시장의 강자로 평가받는다.
태넌바움 CEO는 "피겨는 금융 서비스 전 과정을 더 빠르고, 투명하며, 접근 가능하게 현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며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전통적 인프라가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속도와 신뢰를 제공해 기존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STO 제도화에 나선 한국에 "강력한 디지털 인프라와 참여도가 높은 개인투자자층을 보유하고 있고, 핀테크 서비스를 빠르게 수용한 한국은 STO 분야를 선도할 것"이라며 "자본시장을 현대화하면서도 금융의 본질인 신뢰와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규제 당국과 전통 금융기관, 글로벌 시장 참여자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STO라는 패러다임 변화를 어떻게 정의하나.
"STO 부상은 가치를 표현하고, 소유하며, 이동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제 금융 자산은 폐쇄된 시스템에 갇히는 대신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글로벌한 인프라 위에서 '네이티브'하게 존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자산 소유 가치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투명성과 유동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피겨의 서비스를 예로 들면.
"피겨의 '온체인 공모주 네트워크(OPEN)' 를 보면, 투자자는 블록체인에 직접 상장된 주식에 접근할 수 있다. 기존 프라임 브로커(대형 증권사)가 독점했던 주식 대차 거래 수익권을 투자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분산형 단기 금융시장인 '민주화 프라임(Democratized Prime·탈중앙화 프라임 브로커리지)'을 통해 주주가 직접 주식을 빌려주거나 빌릴 수 있다. 피겨 모기지 상품도 대출 중개인이나 중간 단계를 없애고, 블록체인 기반 자본시장에 직접 연결함으로써 발행자가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도록 설계됐다. 이는 디지털 자산이 전통적인 중개인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시장을 얼마나 투명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STO와 실물 자산 기반 토큰(RWA)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RWA는 '온체인으로 가져오는 대상(제품)'이고, STO는 '그것을 가져오는 방법(과정)'이다. 즉 STO는 법적·기술적 발행 프로세스며, RWA는 그 원천이 되는 금융 상품 자체다. RWA를 위해 STO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지만, 둘을 결합할 때 시너지는 강력하다. STO가 규제·법적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면, RWA는 투자자와 기관이 실제 목적으로 삼는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는 STO가 RWA에 투자나 유동성을 공급하는 보편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향후 STO 시장의 비전을 어떻게 보는가.
"STO는 향후 5~10년 내 금융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STO는 이미 실험 단계를 지나 주식과 펀드, 채권이 온체인에서 직접 발행·거래·결제되는 대중적 채택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피겨는 OPEN이나 민주화 프라임 등의 이니셔티브를 통해 규제 준수와 결제 기능이 내재된 증권이 블록체인 위에 직접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해 냈다. 자산 소유자는 블록체인 자본시장이 자산 가치를 높여준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고, 결국 블록체인 자본시장이 금융의 지배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다."
부동산과 미술품 외 대중화 잠재력이 높은 비정형 자산은.
"수조달러 규모에 달하면서도 개인투자자 접근이 차단됐던 사모 신용(private credit) 시장이 기회다. 이런 자산을 토큰화하면 유동성이 전무했던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고, 일반 투자자도 기관급 수익률을 누릴 수 있다. 결제 시간과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s·법화나 자산과 교환 비율을 고정한 암호화폐) 부상은 이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울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일종의 '토큰화한 부채'인데, 자본시장에서 부채가 토큰화하면 이에 대응하는 자산도 자연스럽게 토큰화로 흐를 수밖에 없다."
국가별로 STO에 대한 접근법이 조금씩 다르다.
"STO 사업이 글로벌 규모로 확장하면서 각국 규제 기관도 새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규제는 명확성, 비례성, 기술 중립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갖춰야 한다. 규제가 이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작동할 때, 시장에 신뢰가 구축되고 보수적인 대형 기관투자자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
한국도 STO를 제도화하려고 한다.
"한국은 강력한 디지털 인프라와 높은 참여도를 가진 개인투자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핀테크 서비스를 빠르게 수용한 저력이 있어 STO 분야를 선도하기에 매우 유리하다. 자본시장을 현대화하면서도 금융의 본질인 신뢰와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규제 당국과 전통 금융기관, 글로벌 시장 참여자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업계가 간과하고 있는 시스템적 리스크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지점은 '온체인 실행과 오프라인 법적 집행력 사이 간극' 이다. 자산은 블록체인 위에서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투자자 권리와 보호는 여전히 전통적인 법적 프레임워크의 통제를 받는다. 명확한 표준과 조율을 통해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야말로 시장 무결성을 증명하고, 기관 신뢰를 확보하는 핵심 과제다."
거의 모든 자산의 토큰화로 '과도한 증권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토큰화는 제대로 실행될 때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고, 자산 접근성을 민주화한다. 또 유동성 공급, 상호 담보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레버리지 효율화 등을 통해 기존 비토큰화 자산보다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한다. 단순히 자산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산 본연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피겨 생태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피겨의 목표는 금융 서비스 전 과정을 더 빠르고, 투명하며, 접근 가능하게 현대화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기관급 인프라를 결합해 수십 년간 비효율적이었던 발행· 결제·2차 시장 거래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전통적 인프라가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속도와 신뢰를 제공해 기존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대체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