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본격적인 지역 행보에 나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1~12일 이틀간 광주·전남 지역을 직접 방문해 '국민성장펀드·지방우대금융 지역간담회'를 열고 지역 산업계와 지방정부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다. 이번 일정은 국민성장펀드가 지방기업을 미래 성장 전략의 중심으로 세우기 위한 첫 공식 행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는 반도체, 배터리, AI 등 첨단 전략산업에 150조 원을 투입해 기술 패권 경쟁에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금융위의 핵심 프로젝트다. 최근 전남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1호 프로젝트로 승인하며 본격적인 자금 지원에 나선 만큼, 이번 간담회는 펀드의 방향성과 지역과의 연계 전략을 구체화하는 자리로 평가된다.
이 위원장은 광주·전남 지역 핵심 산업체인 기아자동차와 포스코퓨처엠을 차례로 방문, 현장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 첨단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여수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식 간담회에서는 국민성장펀드 운용 방향과 지역특화 금융지원 방안을 설명하며, "국가균형발전의 실질적 해법은 지역이 스스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금융이 그 기반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성장펀드 성공을 위한 세 가지 핵심정책 방향으로 ▲정책금융기관 간 협업 강화 ▲민간금융의 적극적 참여 ▲금융-산업-지역 간 소통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먼저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 협업체계 강화를 주문했다. 기업은행의 300조 원 규모 생산적 금융계획, 신보의 AI·딥테크 특화 보증 프로그램 등 첨단산업 중심의 지원 방안을 소개하며 "모든 정책금융이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첨단산업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신보는 올해 ▲최대 70억 원, 최장 11년까지 지원 가능한 '딥테크 맞춤형 보증프로그램'(총 8000억 원 규모·5년간) ▲AI·바이오·콘텐츠 산업을 대상으로 한 AI 첨단산업 특별보증(2조 원 규모), ▲중견까지 성장 단계별로 최대 500억 원을 지원하는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보증'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민간금융의 참여 확대를 위해 자본규제 완화와 면책 제도를 병행 추진한다. 은행의 정책펀드 투자 시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를 완화(400%→100%)하고, 국민성장펀드 공동투자에 참여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고의·중과실을 제외한 손실에 대한 임직원 제재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 같은 '면책 가이드라인'은 내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이어 '금융-산업-지역 연계 성장 모델'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첨단산업의 전선에선 기술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 뒤에는 투자전쟁이 있다"며 "이제는 금융이 단순한 자금 제공자가 아니라, 산업과 지역의 성장을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지방 금융공급을 늘리기 위해 '지방우대금융 활성화 방안'도 병행 추진한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이 방안에 따라, 정책금융기관들은 올해 총 240조 원 규모의 기업자금을 공급하며 이 중 106조 원(41.7%) 이상을 비수도권에 지원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지방 공급 비중을 45%로 확대해 국민성장펀드와 시너지 효과를 낼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첨단산업의 성장은 수도권 중심이 아니라 지역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금융위원회는 금융이 지역 산업육성의 실질적 엔진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제도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기업도 창의적 프로젝트를 과감히 제안하고, 금융기관 역시 산업과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국민성장펀드 지역간담회는 향후 부산, 대구, 충청 등으로 확대 개최될 예정이며, 금융위는 분기별 정책금융지원협의회에 지방정부를 정식 참여시켜 '지역 중심 혁신금융 네트워크'를 제도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