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 2위인 빗썸이 실수로 62조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사고를 낸 가운데, 지급 취소가 늦었다면 한때 세계 4위 거래소로 2022년에 파산한 미국의 에프티엑스(FTX) 전철을 밟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FTX는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가상 자산 수량을 실제 보유하지 않았다가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bank run)가 발생하면서 파산했다.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7시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비트코인 62만개를 지급했다. 당첨자에게 2000~5만원씩 지급하려던 직원이 '원'을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빗썸은 비트코인 62만개를 지급하고 나서 약 35분 뒤 61만8212개(99.7%)의 지급을 취소했다. 그러나 이 사이 1788개는 거래가 이뤄졌다. 빗썸은 지급 취소 전 체결된 거래를 일방 무효로 선언할 수 없다고 판단해 비트코인 1788개를 매입해 수량을 맞췄다.
빗썸과 같은 중앙화 거래소(CEX·Centralized Exchange)에서는 고객이 가상 자산을 거래할 때 실시간으로 가상 자산의 이동이 이뤄지지 않고 내부 장부에만 거래 내역이 반영된다. 빗썸은 하루에 한 번 장부 내역과 실제 잔고를 맞추는 작업을 한다.
만약 지급 취소가 늦어 오지급된 비트코인 62만개가 거래됐거나 해외 거래소로 출금됐다면 빗썸은 장부와 잔고를 맞추기 위해 비트코인 62만개를 구입해 고객에게 지급했어야 한다. 만약 비트코인을 전량 매입하지 못하면 장부와 잔고가 일치하지 않게 돼 빗썸은 금융 당국의 제재 등으로 사실상 영업을 계속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62만개를 매입하려면 현 시세로 약 64조원이 필요한데, 이는 빗썸코리아 최대 주주인 빗썸홀딩스 2024년 말 자산총계(약 3조8700억원)의 약 16배다. 빗썸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고객이 자산을 한꺼번에 현금화하는 뱅크런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FTX는 고객 예치금을 자회사 손실을 메우거나 투자·상환 등에 사용했다.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가상 자산 수량과 실제 보유한 수량이 맞지 않아 FTX가 가상 자산을 돌려줄 수 없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뱅크런이 시작됐고 FTX는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대응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가상 자산 이용자 보호법(가상자산 1단계 법)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용자에게 위탁받은 가상 자산과 동일한 종류·수량의 가상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위탁받은 가상 자산을 실제 보유하는 것은 거래소의 기본으로, 이를 못 지키면 영업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비트코인 62만개가 거래됐다면) 거래소가 메워야 하는데, 회수를 못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