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자산 거래소 빗썸이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비트코인 62만개를 지급한 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 1788개는 '정상' 거래로 인정하고 외부에서 매입해 수량을 맞췄다. 빗썸은 당첨자에게 인당 2000~5만원씩 지급하려다 한 직원이 '원'을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하는 사고를 냈다. 비트코인 62만개는 약 62조원에 달한다.

9일 가상 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7시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비트코인 62만개를 지급했다. 빗썸은 오지급 사태를 인지한 뒤 61만 8212개(99.7%)를 지급 취소하는 것으로 장부를 수정했다.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뉴스1

나머지 1788개는 지급 취소 이전에 거래됐다. 일부 고객은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매도해 현금화한 뒤 인출을 시도하고, 일부 고객은 해외 거래소로 비트코인을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은 이 거래를 공식 거래로 인정하고, 뒤늦게 1788개를 외부에서 매입해 수량을 맞췄다. 빗썸은 거래자들에게 거래 취소 동의를 받아 비트코인을 회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빗썸과 같은 가상 자산 거래소는 은행이나 증권처럼 장부 거래를 한다. 가상 자산은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는데,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실물을 주고받을 수 없기 때문에 거래 내역을 기록해 뒀다가 나중에 장부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거래가 체결되면 장부에만 기록되고 비트코인은 이동하지 않는다. 현물 비트코인은 빗썸 지갑에 보관돼 있다. 빗썸이 보관하는 비트코인의 소유권이 바뀌는 내용의 거래(트랜잭션)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고객이 매수한 비트코인을 개인 지갑으로 전송해 달라고 요청한 경우에만 비트코인이 출금되는 구조다. 빗썸은 결제·정산 절차를 통해 장부상 숫자와 보유 자산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빗썸이 비트코인 1788개를 외부에서 매입해 수량을 맞추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는 '유령 비트코인'이 거래된 셈이 된다.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가상자산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빗썸이 고객 계좌에 비트코인 62만개를 입금한 것은 비트코인 62만개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비트코인이 가짜로 생성된 것은 아니다. 빗썸이 장부에 지급한 것으로 기록하면서 시스템상 고객 계좌에도 지급이 이뤄진 것처럼 표시됐다.

가상 자산 업계에서는 빗썸이 기본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았거나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4만6000개(고객 위탁분 포함)인데, 이보다 많은 수량을 지급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었던 것이다. 빗썸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조사 중인 사안으로 오지급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