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KB금융(105560)지주와 신한지주(055550) 등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금융사들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이를 계기로 다른 금융지주사들 역시 현 정부 기조에 부합하는 '선물 보따리' 마련을 고심 중이다. 금융권에선 금융 당국이 금융지주 회장 임기 제한 등 지배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정부 정책에 화답하며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북혁신도시인 전주에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를 아우르는 'KB금융타운'을 조성하기로 했다. 은행을 포함해 300명 이상이 근무하는 그룹 차원의 거점을 전북혁신도시에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KB금융타운 조성 계획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역 균형 발전의 한계를 지적한 지 약 한 달 만에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이전했는데 지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느냐"며 기금 운용 과정에서 지역 기여도를 높일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후 KB금융은 지난달 28일 금융타운 조성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KB금융의 발표 당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 소식을 공유하며 "국가균형발전에 조금 더 힘을 냅시다. KB그룹에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KB가 금융타운 조성 계획을 밝히자 신한금융도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전주에 자산운용 비즈니스 전반을 수행하는 종합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300명 이상의 직원이 전주에서 근무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KB금융보다 발표 시점이 늦어 이 대통령의 공개 칭찬은 받지 못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고향은 각각 전북 전주와 전북 임실이다.
신한금융은 이 대통령의 핵심 복지 정책에 대한 지원에도 나섰다. '이재명표 푸드뱅크'로 불리는 '그냥드림' 사업에 3년간 45억원을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의 그냥드림 사업 보고를 받던 중 "신한금융에서 3년간 45억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는 거죠.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그냥드림은 생계가 어려운 국민이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방문만으로도 먹거리와 생필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시작한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신한금융의 참여는 진옥동 회장이 지난해 8월 '사회안전망 강화 패키지' 추진을 지시하면서 본격화됐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신한금융을 언급하며 다른 금융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공개 칭찬이 이어지면서 금융사들 사이에 일종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의 이런 행보는 정부의 금융사 지배 구조 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지배 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관행을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이에 금융 당국이 TF를 출범시켰다.
양종희 회장은 올해 말 연임 도전에 나서야 하고, 진옥동 회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 안건 상정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