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가상 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 자산 2단계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금융위는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의원들과 법안을 논의해 왔는데, TF가 지분 제한에 반대하자 TF를 건너뛰고 정책위원회를 직접 만나 대주주 지분 제한안을 관철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5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인 한정애 의원을 만나 대주주 지분 제한안을 가상 자산 2단계법에 넣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당초 가상 자산 2단계법은 디지털자산 TF가 업계, 학계, 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종합한 뒤 정책위를 거쳐 발의될 계획이었다.
TF는 금융위의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융위는 작년 12월 23일 TF에 네 번째 의견 보고를 하면서 대주주 지분 제한안을 처음 들고 나왔다. 당시 TF 측에서는 "가상자산 2단계법을 만드는 취지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인데, 대주주 지분 제한은 이와 맞지 않는다", "2단계법에는 넣을 수 없으니 추후 3단계법 도입 때 논의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이후 1월 29일 TF는 가상자산 2단계법 초안을 완성해 정책위에 보고했다. 여기에는 대주주 지분 제한 내용이 빠져 있었다. 그런데 정책위는 "금융위 안대로 대주주 지분 제한 내용을 넣자"고 했다. TF는 "그렇게 되면 TF는 법안 발의를 할 수 없다"고 하자, 한정애 의장은 "나라도 (금융위 안대로 법안 발의를)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TF 소속인 한 의원은 "대주주 지분 제한안이 TF에서 막히자 금융위가 1월 중 한 의장을 직접 만나 설득했다. 절차를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TF를 건너뛴 것인데, 솔직히 기분이 매우 나쁘다"고 했다.
정책위가 금융위 손을 들어주자 가상 자산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이 연이어 대주주 지분 제한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4일 TF와 5대 거래소 대표는 급하게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금은 정책위를 설득해야 하는 단계다", "TF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가상 자산 업계는 거래소 지분 제한의 실현 가능성이 커지자 허탈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 제한이 자본주의 국가에서 나올 수 있는 법인가. 이럴 거면 TF는 왜 만든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외는 대주주 적격성을 확인하고 책임 경영을 하도록 다양한 형태로 규제한다. 그런 방법들을 다 버리고 지분율만 보겠다는 건 전형적인 관리 편의주의다. 가상 자산 산업의 육성을 고려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