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로 시중은행 대출이 초고신용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금리가 높은 2금융권(상호금융·저축은행·보험사·카드사 등)으로 밀려나고 있다.

3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지난달 신규로 취급한 가계 대출의 평균 신용 점수는 940~950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신규 취급 가계 대출 평균 점수는 2023년 7월 911~932점에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신용 점수는 1000점이 만점으로 900점을 넘기면 고신용자, 950점을 넘기면 초고신용자로 분류된다. 신규 취급 대출의 평균 점수가 940점대라는 것은 대출자 대부분이 고신용자와 초고신용자라는 의미다. 신용 점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리에 신경 쓰는 사람이 늘었고 정부가 대출 연체 기록을 없애주는 신용 사면을 하면서 신용 점수가 상향 평준화되는 모습이다.

신용 점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900점대 신용 점수를 보유하고도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못 받아 2금융권을 찾는 사람이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의 페퍼스마트대출은 49.26%, SBI저축은행의 SBI퍼스트대출은 26.98%가 900점 초과 신용자에게 공급됐다.

이들 상품의 금리는 연 10% 안팎인데, 900점대 신용자가 이용하면서 800점대 이하 중저신용자는 더 높은 금리의 대출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가계 대출을 조여온 정부는 올해도 규제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부가 대출 총량을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은 연체와 부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신용자에게 우선적으로 대출해 주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 규제로 심사를 까다롭게 하다 보니 차주 평균 신용 점수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