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규제 관련 논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과 기술 기업 중 누구로 할지,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제한하는 게 맞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의견 대립만 이어지다 입법이 밀려 한국 금융 시장이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설 연휴 전까지 가상자산 2단계법 발의를 목표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두고 진행 중인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디지털자산 TF 구성원인 안도걸 의원은 전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의 지분 구조를 '은행 50%+1주'로 하는 안에 대해선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고 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싸움은 작년 6월쯤부터 8개월째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은 투자자 보호와 통화정책 실효성 유지 등을 위해 은행이 과반 이상 지분을 쥐고 발행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빠른 시장 활성화와 생태계 확대를 위해 민간 기술기업도 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선다. 이런 교착 상태가 길어지며 작년에 이뤄질 계획이던 가상자산 2단계법 발의가 여러 차례 밀렸다.
업계에서는 "은행 지분 과반이 의무화되면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신개념 예금 상품'에 가까운 것 아니냐"며 "이는 세계 시장 흐름과 맞지 않고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체가 활기를 띠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유럽·일본·싱가포르 등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은행과 정부 허가를 받은 민간기업에 한정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설정해놨다. 은행을 비롯한 특정 업권의 과반 이상 지분을 강제하는 곳은 없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15~20% 제한 방안'을 두고도 업계는 걱정이 크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거래소의) 공공 인프라 성격을 고려하면 소유 지분 규제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자산 TF도 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업비트는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이 25.25%, 빗썸은 빗썸 홀딩스가 73.5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코인원(차명훈 대표 53.44%), 코빗(NXC 60.5%), 고팍스(바이낸스 67.45%)도 대주주 지분이 15%가 넘는다. 이 규제가 법안에 담겨 통과되면 거래소 대주주는 지분을 강제로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두나무-네이버파이낸셜 합병,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상 자산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가 지분을 팔고 기업 지배 구조를 재편성하는 과정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릴 수 있는데, 이게 정말 가상 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국내 가상 자산 시장이 규제 공백 탓에 정체된 사이 주요 선진국은 단계적으로 관련 법안을 마련해 가고 있다. 미국은 2024년 1월 가상 자산 ETF를 허용했고 작년 6월에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은 가상 자산 규제를 표준화하는 미카(MiCA)를 2024년 12월 도입하고 후속 법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