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024110)이 올해 채권 발행 규모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회사채 시장 위축 우려를 덜게 됐다. 최근 채권 시장에 우량 회사채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조달 여건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신용등급이 높은 산업·기업은행 채권이 시장에 쏟아지면 시장 자금을 빨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산업금융채권(산금채) 발행 한도를 원화 80조원, 외화 170억달러(약 24조5500억원)로 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전년 대비 원화 산금채 발행 한도는 동결했고, 달러 채권만 20억달러 늘렸다. 지난해에는 발행 한도를 전년 대비 9조원가량 늘렸었다.

산업은행((왼쪽)과 기업은행 본사 전경. /각사 제공

기업은행도 최근 이사회에서 올해 원화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발행 한도를 271조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269조원)보다 2조원 늘어난 규모로, 사실상 동결 수준이다. 기업은행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중금채 발행 한도를 연평균 22조원씩 늘렸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국책은행 특성상 개인 수신 기능이 약해 특수은행채를 발행해 대출 재원을 마련한다. 최근 국책은행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두 은행은 채권 발행을 꾸준히 늘려왔다.

두 은행은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 총 550조원을 투입한다. 산업은행은 250조원, 기업은행은 300조원을 각각 공급하기로 했다. 두 은행 모두 막대한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 채권 발행 한도를 동결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시장에선 올 들어 우량 등급 회사채 선호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 국책은행 채권 발행 한도 동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우량 회사채에 투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지만, 비선호 업종이나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는 미매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벤처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고 단기 사채 발행 등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4조6504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조4864억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산금채나 중금채 같은 국책은행 채권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채권 수급에 부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