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보험사 주주환원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다만 제도 개선 방안이 작년 연말 배당이 결정된 이후 나올 것으로 예상돼 일부 보험사는 또다시 배당을 하지 못할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비율을 현행보다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 계약 해지 시 고객에게 지급할 환급금을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금액이다.
금융 당국은 2024년 말부터 지급 여력 비율(킥스)이 200% 이상인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80%만 쌓도록 개선했다. 작년부터는 킥스 170% 이상인 보험사로 확대 적용했다.
생명보험업계는 해약환급금준비금 때문에 배당이 어려워졌다며 적립 비율을 50%로 인하해 달라는 의견을 금융 당국에 전달했다.
보험사는 해약환급금이 회계상 예상되는 지급액(보험 부채)보다 많으면 부족액을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쌓아야 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이익 잉여금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많이 적립할수록 배당 가능 이익이 줄어든다.
제도 개선은 작년 연말 배당이 결정된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보험사 배당은 연말 결산을 마무리한 뒤, 이사회 보고와 주주총회를 차례로 거쳐 결정된다. 보험사 연말 결산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제도 개선과 배당 여부는 무관한 상황이 됐다. 보험업계에서도 제도 개선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는 현대해상(001450)과 한화생명(088350)은 배당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해상·한화생명의 마지막 배당은 2023년이다. 삼성생명(032830)·삼성화재(000810)·DB손해보험(005830) 등 자본이 충분한 보험사는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보험사는 두 차례에 걸친 제도 개선에도 규제 수준이 높다고 토로한다. 신계약이 늘어나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더 적립하는 구조라 배당 여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 9월 말 생명보험사 23곳과 손해보험사 18곳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46조7602억원이었다. 작년 말(37조6398억원)보다 24.2%나 늘었다. 작년 연말 기준으로는 5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 중 해약환급금준비금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곳도 있다. 적립 비율을 50%로 낮춰도 배당 가능 이익이 크게 늘지 않고, 세금만 더 낸다는 것이다. 법인세법상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손금으로 산입돼 많이 쌓을수록 과세표준이 축소돼 납부해야 할 세금도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