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특별감사 결과 공금을 낭비한 사실까지 드러나자, 농협중앙회가 내부 쇄신을 이유로 일부 임원을 사퇴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 임원의 임기는 올해 3월 말 만료될 예정이었고 강 회장은 겸직하던 농민신문 회장 자리만 내려놓기로 해 "보여주기식 쇄신"이란 지적이 나온다. 강 회장의 농민신문 회장직 임기도 두 달 뒤면 끝날 예정이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지준섭 부회장, 여영현 상호금융대표 등이 조만간 사퇴할 예정이다. 이들은 강 회장 취임 직후인 2024년 3월 첫 임원 인사 때 발탁된 임원들로 이번 농축산부 특별감사에서 크게 지적받은 내용은 없었다.
농협중앙회 임원의 줄사퇴는 작년부터 이어진 각종 논란에 책임을 지고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농식품부는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강 회장이 해외 출장 때마다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쓰며 숙박비 상한을 초과해 썼고 농민신문 회장직을 겸하면서 연봉 3억여 원을 따로 받았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2023년 말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정 중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뇌물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농협 내부에서는 "잘못은 회장이 했는데, 책임은 임원들이 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개혁을 본격화하기 전에 강 회장이 이사회를 재정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송미령 농축산부 장관은 전날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농협중앙회 임원은 농업인 단체와 학계 등에서 추천하고 이사회가 위촉하는 방식이지만, 중앙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