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가상 자산 산업의 육성과 질서 확립에 중점을 둔 디지털 자산 기본법(가상 자산 2단계 입법) 초안 작성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 보면 그동안 가상 자산 업계에서 기대했던 내용과 차이가 있어 보수적인 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금융 및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주 디지털 자산 기본법의 주요 쟁점과 조율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안에는 그동안 논의돼 온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법정 화폐나 실물 자산 등에 연동해 가격 안정성을 추구하는 가상 자산)의 발행업자 요건, 최소 자기자본 요건, 가상 자산 거래소 지배 구조 개편안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뉴스1

스테이블 코인 발행 주체는 은행이 '50%+1주'를 가진 컨소시엄부터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는 그동안 한국은행이 주장했던 내용이다. 초기에는 은행 중심으로 허용하다가 이후 기술 기업의 참여를 높이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한은은 통화 정책과 외환 관리, 범죄 악용 위험 등을 강조하며 은행 중심 컨소시엄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상 자산 업계에서는 가상 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은행이 주도하는 것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은행 중심 발행에 반대하며, 기술 기업이 중심이 되는 별도 입법도 논의하고 있다.

당국이 입법을 고려 중인 가상 자산 거래소 지배 구조 개편안에 대해서도 반발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가상 자산 거래소에 대해서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지배 구조 체계를 확립하고, 거래소 업무만 하도록 하는 전업주의를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거래소 대주주 1인의 소유 지분을 15%로 제한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이 기준이 확정되면 업비트, 빗썸 등 국내 5대 원화 거래소 대주주는 일부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서울 강남구 빗썸 라이브센터./뉴스1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송치형 의장이 25.25%, 빗썸은 빗썸 홀딩스가 73.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코인원(차명훈 대표 53.44%), 코빗(NXC 60.5%), 고팍스(바이낸스 67.45%)도 대주주의 지분이 15%를 넘는다. 대주주 지분 제한이 확정되면 두나무-네이버파이낸셜 합병,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력으로 성장한 민간 기업 지분을 억지로 팔게 하면 어떤 스타트업이 혁신에 도전하겠나"라고 말했다.

발행을 위한 최소 자기자본 요건에 대한 조율 방안도 구체화됐다. 당국은 혁신 기업 참여 유인 등을 감안해 50억원 이상으로 명시하되, 추후 상황을 고려해 상향 여부를 검토하는 쪽으로 논의 중이다.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해킹 사고에 대비해 금융회사에 준하는 전산 안전성 기준을 마련하고, 사고 발생 시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 및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 도입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