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에 본사를 둔 재보험사가 업무를 위해 개인신용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본사에 이전할 수 있다는 법령해석 문서를 발급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해 이에 대한 명확한 문서를 확인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한 후속 조치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최근 공동으로 "재보험사가 업무위탁의 목적으로 정보 주체의 추가 동의 없이 국외 본점, 계열사 또는 제3자에게 개인신용정보를 이전할 수 있다"는 법령 해석 문서를 발급했다. 정부는 "재보험 계약 관련 개인신용정보 처리 업무 위탁은 정보 주체와의 계약을 안정적으로 체결·이행하기 위한 처리 위탁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재보험은 보험계약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보험회사가 드는 보험이다. 앞서 USTR은 지난해 4월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에 진출한 외국의 재보험사가 계약 인수 및 위험 관리 등의 목적으로 본사에 개인신용정보를 이관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해석을 명확한 문서로 확인해줘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는 2021년 이에 대해 국내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나, 미국 재보험사들은 이 해석이 실제 적용되지 않는다며 문서화를 요구했다.
외국계 재보험사는 대부분 국내에 지점 형태로 진출한다. 국내 법인을 설립한 외국계 보험사는 계약 인수심사를 국내에서 할 수 있지만, 지점 형태인 재보험사는 해외 본사에서 인수심사를 처리한다. 이때 인수심사에 필요한 개인신용정보를 본사에 이관하는 것이 국내 신용정보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역장벽'에 해당한다고 USTR은 판단한 것이다.
외국계 재보험사들은 주로 국내 보험사를 대상으로 공동재보험을 판매한다. 공동재보험은 위험보험료 뿐만 아니라 저축보험료 등 모든 보험료(영업보험료)를 재보험사에 출재하는 방식이다.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는 ▲위험보험료(사망·질병 등 보장) ▲부가보험료(모집수수료·운영비 등) ▲저축보험료(만기·해지 시 환급금 지급)로 구성된다. 공동재보험은 소비자에게 보험료를 받은 원수보험사가 세 요소 전부를 재보험사에 넘겨 보험금 지급 책임을 나누는 방식이다. 해외 재보험사들은 이 과정에서 계약 인수심사를 본사에 위탁하는데, 이때 국내 보험 계약자의 정보 일부가 해외 본사로 이관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재보험사는 스코리, 스위스리, 뮌헨리, RGA, 퍼시픽리, 제너럴리 등이 있다. 이번 조치로 국내에 진출하는 미국 재보험사가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