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내년 초 이사 갈 집의 입주 잔금 대출을 받기 위해 최근 연차를 내고 하루 종일 은행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방문하는 은행마다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답해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까지 알아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융 당국이 제시한 가계 대출 증가액 목표치는 5조9493억원인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 대출은 지난달 말까지 약 8조원 늘었다. 이 때문에 주요 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지난달부터 감소 추세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11조2857억원으로 한 달 사이 6396억원 늘었다. 이는 약 20개월 만의 최소 증가 폭이다.
주요 시중은행이 주담대를 중단하자 이사, 분양 등의 이유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더 높은 금리를 내야 해 이자 부담이 늘었다. 우리은행은 2주 전부터 주담대 6개월 변동형 금리를 3.84~5.04%에서 4.08~5.28%로 올렸다. 국민은행도 같은 상품 금리를 3.91~5.31%에서 4.16~5.55%로 높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이달 중순 연 3.6%를 넘어섰고 현재는 3.5% 안팎 수준이다. 금융채 5년물 금리가 3.6%까지 오른 건 1년 6개월 만이다.
수요자들은 내년 초 대출 영업이 재개되길 기다리고 있으나 내년에도 대출 관리 강화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13일쯤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철저한 관리를 은행에 당부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연중 관리하는 체제가 됐다. 해가 바뀌어도 적극적 영업이나 금리 인하 경쟁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