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관행에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비판했지만,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이 연임을 확정 지으면서 이재명 정부 들어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과거에 정권이 바뀌면 금융지주사 회장이 바뀌는 사례가 많았으나 이재명 정부는 아직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지주(055550) 회장, 임종룡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138930) 회장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그동안 정권이 교체되면 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에는 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전 신한지주 회장,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물러났고 윤종규 전 KB금융(105560) 회장도 4연임을 포기했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각 사 제공

당시에는 대통령실 일부 인사가 금융지주 CEO 인사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던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도 이런 대통령실의 의중을 반영해 공식 석상에서 특정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에선 청와대 의중을 민간 금융사에 전달하는 성장경제비서관(옛 경제금융비서관)이 장기간 공석이라 청와대의 뜻을 금융사에 전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이찬진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청와대 차원에서 관여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통령 측근이 금융사 CEO 인사에 깊게 관여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재명 정부에선 아직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융사 리더십에 변화가 생기면 성장 금융, 포용 금융 등 현 정부의 핵심 금융 공약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생산적·포용적 금융 확대를 추진 중이다. 4대 금융지주는 5년간 해당 분야에 40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CEO가 교체되면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금융권에선 내년 11월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KB금융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선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금융 당국이 CEO의 셀프 연임을 막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점이 변수다.

금융권에선 관치가 심해지면 금융사 내부에 정치권 줄서기 문화가 만연해지고,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금융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금융지주사는 해외 기관 투자자가 주요 주주다. 금융사가 정권 눈치만 살피다 성장 동력을 잃으면 실물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와 은행이 대립적 구도가 아니라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포용 금융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