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도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 연임' 등 지배구조 문제를 정조준하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 당국의 지배구조 개편이 관치 금융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검증 강화,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다양성 제고 방안 등을 내년 1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일러스트=김성규

이 대통령이 지난 19일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CEO 선임 절차를 "부패한 이너서클이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금감원도 이에 맞는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거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취임 초기부터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겨냥하며 '은행 종노릇', '은행 공공재' 등의 비판 발언을 쏟아냈고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대부분 교체됐다.

조용병 전 신한지주(055550) 회장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은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금융 당국의 압박과 제재로 물러났다. NH농협금융과 BNK금융지주(138930)도 윤석열 정부 초기에 회장이 교체됐다. 윤종규 전 KB금융(105560) 회장은 금융 당국과 갈등설이 불거졌고, 2023년 4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났다.

이재명 정부 들어선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과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가 돼 내년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회장 후보군에 포함됐고,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내년 11월 임기를 앞두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권 교체기에는 금융권에 투서가 난무하고 있다. 최근 지방의 한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앞두고는 '모 후보가 김건희 여사의 부당 대출에 깊게 관여했다', '현 회장이 회장 후보 선출 절차를 공정하게 운영하고 있지 않다', '모 후보가 정치 활동을 했었다'와 같은 말이 돌았다.

이 대통령도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요새 저한테 투서가 엄청 들어온다. 무슨 은행에 행장을 뽑는데 누구는 나쁜 사람이다, 선발 절차에 문제 있다 등 엄청나게 쏟아진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투서가 들어오냐"고 물었고, 두 사람 모두 많이 받는다고 답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모 금융사는 CEO의 술자리 사진까지 몰래 찍어 정치권과 언론에 제보하기도 했다"며 "정권이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다 보니 능력보다는 줄대기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사는 주인 없는 회사가 많다 보니 정치권이 회장직을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