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 환율이 8개월 만에 148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보름 남짓한 기간에 시중은행 달러 예금에 7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고환율 흐름이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는 개인과 기업이 많아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이달 16일 기준 666억5983만달러(약 98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말 618억달러 대비 48억5983만달러(약 7조1852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5대 은행 달러 예금 잔액은 7월 말 593억달러, 9월 말 610억달러, 11월 말 618억달러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개월째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달러를 싼 값에 산 뒤 높은 가격에 되팔아 이익을 얻는 '환테크'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도 '달러 쌓기'에 나섰다. 5대 은행의 기업 명의 달러 예금 잔액은 10월 말 443억달러에서 11월 말 537억4000만달러로 약 21% 늘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한때 1482.3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4월 9일(1487.6원)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환율은 다소 내려앉으며 1479.8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평균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60.44원으로,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월평균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연평균 환율은 1445원(이달 15일 종가 기준) 안팎으로, 현 추세가 이어지면 1998년 연평균 환율인 1394.97원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국내 주요 수출 기업과 간담회를 열고 수출 기업의 환전·자금 운용 상황을 점검했다. 통상적으로 국내 주요 수출 기업은 환율 상승기에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의 원화 환전을 늦추거나(래깅), 원자재 등 대금 결제에 필요한 달러를 미리 사들이는(리딩) 전략을 쓰는데, 당국은 래깅과 리딩이 외환 수급 불안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