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받은 영업 일부 정지 조치를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소송에 FIU, 금융감독원 출신 변호사와 법원장 출신 전관 변호사 등을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 두나무는 네이버(NAVER(035420))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FIU와의 소송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나무는 FIU와의 소송을 진행하는 법률대리인단을 FIU와 금감원 출신 변호사들로 꾸렸다. 법원장, 부장판사 출신 등 전관 변호사들도 합류했다. 모두 김앤장 소속이다.

서울 서초구 두나무가 위치한 건물에 업비트 로고가 붙어 있다./연합뉴스

두나무 측 정영기 변호사(48·사법연수원 35기)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FIU 정책자문위원을 지냈다. 김준영 변호사(45·36기)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서울행정법원장 출신 이재홍(69·10기) 변호사,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윤인성(57·23기) 변호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이효제(49·29기) 변호사도 두나무 측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까지 대법원 재판연구관이었던 신원일(49·32기) 변호사도 있다.

FIU도 2021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에서 명예퇴직한 임혜진(48·31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 중이다.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이 재판은 지난 7월 이후 지금까지 총 세 차례 공판을 진행했다. 두나무 측은 최근 재판에서 "고의·중과실이 없으므로 영업 정지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FIU 측은 "두나무가 미비점을 알고도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2월 FIU는 자금세탁 방지 의무 위반 등을 근거로 두나무에 영업 일부 정지 3개월 조치를 내렸다. 6월에는 과태료 352억원을 부과했다.

FIU는 작년 8월 말부터 업비트가 제출한 사업자 면허 갱신 신고 신청과 관련해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업비트는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해외 미신고 암호화폐 사업자 19개사와 4만4948건 상당의 암호화폐 이전 거래를 지원한 점이 드러났다. FIU는 업비트가 고객 확인 의무, 거래 제한 의무를 위반한 점도 확인했다.

현재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은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금감원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금감원은 양측의 주주 권익 보호 수준, 내부 통제, 시스템 안정성 등을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심사 과정에서 두나무가 영업 일부 정지,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가 FIU와의 소송에 사활을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업비트가 445억원어치 가상 자산을 해킹당한 사실도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일 업비트 해킹 사태를 두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라며 "가상자산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시스템 보안에 관한 신뢰를 위협하는 문제가 발생한 만큼, (가상자산 관련) 2단계 입법 시 보완 및 강화가 필요한지 추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