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중소 건설업체 대출에 재보증한 금액이 1년 만에 10% 이상 늘어나 취약 업종인 자영업보다 증가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에서 재보증 잔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중소 건설 업체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건설업체가 빚을 못 갚으면 완전 자본 잠식 위기에 놓인 중앙회의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10일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중앙회의 건설 업종 재보증 잔액은 지난 9월 말 1조4992억원으로 작년 9월(1조3520억원)보다 10.9% 증가했다. 이는 대표적인 자영업종인 음식·숙박업 증가율(1.7%)보다 높은 수치다. 도소매업은 1.1%, 서비스업은 0.23% 각각 감소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뉴스1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은 신용도가 낮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이 대출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선다. 보증 규모가 크면 중앙회가 보증액의 30~50%를 다시 보증한다. 회사가 빚을 갚지 못하면 지역신보가 대신 갚고, 중앙회는 재보증한 금액을 지역신보에 지급한다. 보증에 대한 위험을 중앙회와 지역신보로 나누는 것이다.

올해 1~9월 건설업 재보증 공급액은 8484억원으로 전년 동기(7122억원)보다 1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10.8%), 서비스업(10.2%), 도소매업(9.7%), 음식·숙박업(12.8%) 증가율보다 높다.

건설 업체가 빚을 갚지 못하면 부실은 지역 신보를 거쳐 중앙회로 이전된다. 중앙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확대된 부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완전 자본 잠식 직전인 상태다. 건설업 부실까지 더해지면 재원이 되는 정부·은행 출연금을 더 확대해야 한다. 2020년까지 0.02%이던 은행의 출연료율은 작년부터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0.07%로 인상됐다.

세종시에 있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전경./신용보증재단중앙회

중앙회의 자본 총계는 2022년 말 1조원을 넘겼으나 지난해 2723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부채 비율은 125.1%에서 449.8%로 상승했다. 중앙회의 자본금이 지난해 3조6577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금의 90%가 이미 잠식된 것이다.

금융 당국은 9월 중앙회의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신보의 건전성 제고 방안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금융위원회는 "대위 변제 증가가 중앙회·지역재단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이 상이한 원인을 분석하고 재원 배분 방식의 변경 등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국 17개 지역신보의 올해 1~10월 대위 변제액은 1조9105억원으로, 대위 변제율은 5.09%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