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금융지주·은행 최고경영자(CEO) 성과평가에 소비자 보호 항목을 대폭 강화하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받는 성과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금융지주·은행 CEO는 성과평가 점수를 낮게 받아 이사회가 성과급을 깎을 수 있다.

당장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로 금융 당국의 과징금 처분을 앞두고 있는 5개 은행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1조원가량의 과징금을 통보받은 국민은행의 경우 최종 책임자인 양종희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의 성과급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홍콩 ELS 불완전판매 행위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기 앞서 각 은행에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통보를 받은 은행은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 등 5곳이다. 판매 금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이 1조원 이상의 합산 금액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서희

금융 당국에 따르면 홍콩 H지수 ELS 판매액은 국민은행이 8조197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SC제일은행 1조2427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등의 순이다.

금융 당국은 불완전 판매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금융지주·은행 CEO 성과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CEO 성과급을 깎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대부분 금융지주는 경영진 성과평가에서 소비자 보호 항목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KB금융의 경영진 성과평가 지표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구성됐다. 정량평가는 실적 위주의 지표로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영업이익, 비은행부문이익,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이다.

정성평가는 핵심 경쟁력, 글로벌 및 신성장 동력, 금융플랫폼 혁신, 건전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내부통제 등이다. 소비자 보호의 경우 내부통제 항목에 포함돼 있으나 배점이 미미한 수준이다. KB금융은 구체적인 배점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실적 위주인 정량평가가 전체 평가 점수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종희 회장은 상반기에 상여금 2억원을 포함해 총 6억 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만약 금융 당국이 1조원가량의 과징금을 최종 확정하면 양 회장의 보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작년 1월 홍콩 H지수 ELS 판매 중단을 결정했는데, 양 회장은 2023년 말 취임했다.

다른 금융지주도 금융사고가 발생해 회장의 성과급이 줄어들 수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은 상반기에 총 17억 5000만원을 받았다. 상여금만 13억원에 달한다. 진옥동 신한지주(055550) 회장의 보수는 총 8억7100만원, 상여금은 4억4600만원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홍콩 ELS와 관련해 3000억원 전후의 과징금을 통보받았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은 7억 6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이 중 상여금이 3억3200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