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가해자의 수사 정보와 휴대전화 통신 정보, 금융 계좌 정보 등을 금융보안원에 공유하고 해당 명의자의 계좌와 휴대전화를 즉시 정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수사기관·금융사·통신사 간 보이스피싱 정보 공유가 막혀 있어 관련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5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해 전체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 정무위는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을 통합·조정해 대안 입법을 진행하기로 했다.

일러스트=정다운

개정안에는 금융위원회가 금융보안원을 '정보공유분석기관'으로 지정하고 전기통신금융사기에 관한 정보를 분석·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금융보안원은 보이스피싱 정보 공유·분석 플랫폼 'ASAP(에이샙)'을 출범했지만, 금융사·통신사·수사기관의 정보를 공유할 법적 근거가 없어 협업에 한계가 있었다.

개정안엔 금융·통신·수사 각 분야에서 수집되는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를 ASAP에 집중·공유·활용해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및 피해 확산을 차단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수사기관이나 통신사 등 정보 제공 기관이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를 금융보안원에 제공할 때 당사자의 동의를 생략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이스피싱 관련 수사·금융·통신 정보가 당사자 동의 없이 금융보안원을 통해 공유된다. 금융사는 이 정보를 토대로 범죄 의심 계좌를 곧바로 정지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에 주로 활용되는 '알뜰폰'의 감시도 강화될 전망이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주로 여러 대의 '대포폰'을 활용해 범죄에 이용한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이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어서 가입자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런 통신 정보를 즉각 공유해 보이스피싱 가해자의 휴대폰을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사단법인 비영리단체 금융보안원에 보이스피싱 정보가 집중되는 만큼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견을 정무위에 전달했다. 금융보안원을 신용정보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개인 정보 관리에 소홀할 경우 금융 당국이 직접 제재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통합·조정한 법안이기 때문에 국회 처리도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연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