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축은행과 캐피탈 업계 등 2금융권이 자동차 담보 대출(자담대)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권 대출이 막히고 카드론 한도까지 줄자 틈새를 노린 것이다. 일부 금융사는 중고차 시세의 최대 3배까지 대출해 주고 있어 향후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2금융권의 자담대는 기타담보대출로 분류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연간 소득 대비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 등 가계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최근 10년 만에 자담대를 출시했다. 연 6.9~18.9% 금리로 최대 1억원까지 대출해 준다. 동원제일저축은행도 이달 중 연 13%대 금리로 자담대를 출시할 계획이다.
저축은행 중에서 자담대를 취급하는 곳은 OK·페퍼·상상인·스마트·키움·키움YES·동원저축은행 등 7곳이다. SBI와 동원제일이 합류하면서 자담대 취급 저축은행은 9곳으로 늘었다. 캐피탈 업계와 핀테크 업체도 자담대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대출 중개 플랫폼 핀다는 총 27개사, 37개 자담대 상품을 중개하고 있다.
자담대는 개인 신용 점수를 기반으로 소유 중인 자동차의 담보 가치를 더해 대출 한도가 정해진다. 중고차·할부차도 포함되며 대출 이력이 있어도 상대적으로 높은 한도로 대출이 가능하다. 담보물이 있어 신용대출보다 심사 문턱도 낮다.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담대 신청이 급증하는 풍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27 규제 시행 이후 약 두 달간 저축은행에 접수된 개인 자담대 신청은 총 24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대출 규제 이전인 올해 1∼5월 일평균 신청 건수인 2230건보다 약 2.5배로 늘었다.
자담대는 금리가 높고 담보 가치보다 최고 2~3배까지 대출을 해줘 부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담대는 신용도가 낮아 제도권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이미 대출이 많은 사람이 추가로 돈을 빌리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자 중에는 자담대를 받아 카드론이나 대부업 대출을 상환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대출자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자담대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