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024110)이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2025 MAMA 어워즈' 티켓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미숙한 운영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기업은행은 무대의 1층 맨 앞자리 티켓을 준다고 했으나 공연 하루 전 2층으로 옮겼다. 공연 당일에는 티켓을 주면서 "면책 각서에 서명해달라"고 안내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8월 11일부터 9월 14일까지 'MAMA IBK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 기간에 IBK VISA 개인카드를 30만원 이상 사용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고객 중 35명에게 공연 초대권과 여행 지원금 50만원을 주는 내용이었다.
기업은행이 당첨자에게 배정한 좌석은 무대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A석이었다. 그런데 공연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기업은행은 당첨자들에게 "홍콩 현지 화재로 공연 규모가 축소됐다"고 공지한 뒤, A석에 비해 무대와 거리가 멀고 시야가 제한된 2층 좌석으로 변경했다.
올리브영 등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똑같이 A석을 배정받았던 다른 사람들은 공연 당일 문제없이 입장했다. 기업은행 이벤트에 당첨된 김모(29)씨는 "기업은행 티켓 부스 바로 옆이 올리브영 부스였는데, 이쪽 당첨자들 티켓은 전부 A석이었다"며 "올리브영 당첨자들은 화재로 공연 규모가 축소됐다는 안내는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첨자들은 기업은행 측에 항의했으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당첨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겠다'고 하자 기업은행 태도가 바뀌었다"며 "한국에 있는 본사 팀장이 전화로 '긴급하게 빠진 자리가 생겼다'더니 A석 조금 뒤의 B석을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첨자 35명 중 공연 당일 오전부터 강력하게 항의한 김씨 등 6명은 B석 티켓을 받았다.
이후에도 당첨자들과 기업은행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공연 시작 전 좌석 티켓과 함께 나눠준 '2025 MAMA AWARDS 패키지 면책 동의서' 때문이다. 이 문서에는 이벤트 주체였던 VISA가 이번 일로 인한 손해, 서비스 불이행 등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들어갔다. 한 당첨자는 "좌석이 갑자기 바뀐 것도 억울한데, 입장 직전 '면책'이란 단어가 쓰인 문서에 서명하라고 하니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했다.
현장 직원들이 공유한 '고객 대응 방안 쪽지'도 논란이 됐다. 이 쪽지에는 일방적인 좌석 이동에 대해 보상안을 요구하는 당첨자들에만 "귀국 후 보상안을 논의하겠다"고 대응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좌석 이동에 항의하지 않은 당첨자에게는 별다른 보상안을 안내하지 않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VISA 측에서 확정되지 않았던 A석 좌석을 확정된 것처럼 안내해 고객에게 잘못된 안내가 발송됐다"며 "좌석배정 문제는 VISA의 소통 오류가 원인"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은행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다. VISA와 함께 적절한 보상안을 조속히 마련해 고객에게 안내하겠다"고 했다.
면책 각서에 대해서는 "이벤트 진행 시 의례적으로 진행하는 절차로, 갑작스러운 좌석 변경의 책임을 피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공연 한 달 전인 10월에 VISA가 '티켓 교부 시 서명을 받아달라'며 넘긴 문서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