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KIKO)와 유사한 외환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했다가 1000억원대 손실을 본 진성티이씨(036890)가 판매사인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사실상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이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다시 판단하라고 결정하면서 우리은행이 진성티이씨에 지급할 손해배상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5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우리은행과 진성티이씨 간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의 손해배상채권 소멸시효 기산 시점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송기영 기자

1심 재판부는 "진성티이씨가 소송을 제기한 2016년 11월 22일로부터 3년 전인 2013년 11월 22일 이전에 발생한 손해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이에 진성티이씨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액 890억원 중 일부만 인정해 우리은행이 141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 기간 설정에 문제가 있다며 다시 판단할 것을 요구했다. 소멸시효 기간이 재산정되면 손해액이 더 커져 우리은행의 배상금은 늘어나게 된다.

중장비부품 수출업체인 진성티이씨는 환헤지를 목적으로 2007년 7월 우리은행과 스노우볼 구조의 원·엔화 통화옵션 계약을 맺었다. 스노우볼 구조의 통화옵션상품은 시장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행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해 손실이 커질 수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진성티이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원·엔화 환율이 상승하자 우리은행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우리은행은 진성티이씨와의 통화옵션계약을 재구조화하고 앞서 발생한 손실을 이전하는 내용의 '단순선도환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원·엔화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진성티이씨는 1000억원대 손해를 입었다.

이후 진성티이씨는 은행 측의 권유로 체결한 통화옵션계약 및 단순선도환계약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우리은행을 상대로 89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계약은 2008년 체결 건이고 현재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일반투자자에게 통화옵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며 "현재 장외파생상품은 기업전담 창구에서만 판매하며 위험이 높지 않은 헷지 목적 상품의 경우에도 상품 설명 강화, 설명 내용의 확인을 위한 사전콜, 사후콜 제도를 시행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