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086790)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조43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증권·캐피탈·카드 등 주요 자회사가 고루 성장했지만, 금융지주 내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회사인 핀크는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다.
핀크는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017670)이 2016년 8월 공동 출자해 만들었다. 이후 SK텔레콤은 2022년 지분을 처분해 현재는 하나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핀크는 여러 대출·보험·온라인투자 금융상품을 비교해서 소개해주는 업체인데, 창립 이후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28만명 수준으로 답보상태다.
올해 1월 취임한 장일호 핀크 대표는 기술 내재화 및 고도화로 하나금융그룹에 B2B(기업 간 거래)로 납품하던 수준을 넘어 하나금융 외부의 손님을 끌어오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핀크의 온투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연계투자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는 지난 7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부동산·카드 가맹점대금 등에 투자해 연 10% 안팎의 수익을 추구하는 다양한 투자상품 정보를 핀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한번에 확인하고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간편하게 찾을 수 있는 서비스다.
하나금융지주의 AI데이터본부장 겸 손님데이터본부장을 맡아온 장 대표는 "전통금융이 담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를 하나금융그룹의 안정성과 결합해 존재 가치가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핀크 본사에서 만난 장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표로 재직 중에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중단기 목표는 사업 구조의 효율화와 안정적인 수익모델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립하는 것이다. 핀크의 강점인 데이터 역량과 기술 기반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와 고객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을 검증해 나갈 것이다. 월간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는 것도 목표다."
―취임 당시 해결했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뭐였나.
"기술자산을 시장성과 수익성을 갖춘 사업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핀크는 마이데이터, 선불포인트, 금융상품 비교·추천, 보안인증 등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확보한 기술과 서비스가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술 중심의 핀크를 사업 중심의 핀크로 바꾸는데 집중해왔다."
―그룹사에서 핀크의 역할은.
"디지털 혁신 실험실이자 실행 플랫폼이다. 핀크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금융 활동 전반을 데이터로 연결하고 있다. 그룹에서도 핀크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적자에도 남겨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룹사와 협업 계획은.
"그룹 시너지는 핀크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핀크가 그룹사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때 약 90%가 온투업의 개념을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간단한 예시로 설명했을 때 50% 이상이 긍정적인 관심을 보였다. 핀크는 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증권 등 그룹사 고객에게 신뢰도 높은 투자정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온투업은 시작에 불과하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온투업 비교 서비스'는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나.
"온투업 시장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녔지만 여전히 일반 투자자에는 어렵다. 그동안 정보공개∙투자자 보호체계 및 신뢰성 측면에서 일부 한계가 있어 시장 확대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돼 왔다.
핀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자의 시각에서 정보의 투명성을 구조화했다. 온투업 상품 중에서 안전한 상품만 노출시키고 정말 안전한 상품으로 분류되면 '핀크 픽'을 붙이는 등이다. 핵심은 단순한 상품 비교가 아니라, 데이터 검증을 통해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신뢰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플랫폼 수수료나 제휴사 수익 분배 등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나.
"핀크의 목표는 단기적인 수수료 수익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투자 플랫폼 구축이다. 현재 수익모델은 제휴 온투업 사업자 수수료, 핀크의 직접 투자 수익으로 구성돼 있다. 향후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로 확장할 예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나.
"안전성이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원천 데이터에 기반한 비교 검증 체계를 구축했다. 기존 온투업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등기부등본 등 공적 원천 데이터를 열람∙대조해 담보물의 실소유관계, 권리선순위, 담보가액의 일치 여부 등을 교차 검증한다.
그럼에도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매입확약과 권원보험이 포함된 상품을 선별하고 혁신금융서비스를 오픈하면서 각 10억원 규모로 개인정보보호책임, 전자거래금융 배상책임 보험에 가입했다. 이 정도 규모의 배상책임 보험은 핀테크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