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경·공매 대상에 오른 사업장 4개 중 1개는 1년 이상 매각되지 못한 악성 매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착공 전 브리지론 단계 사업장은 물론 서울을 포함한 주요 지역 핵심 상권에 위치한 사업장까지 장기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18일 조선비즈가 지난달 31일 공개된 '매각 추진 PF 사업장 현황 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경·공매 대상 사업장 236개 중 1년 이상 매각되지 않은 사업장은 63개(26.6%)로 나타났다. 이를 제외하고 1회 이상 공매 절차를 밟았지만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사업장은 61개(25.8%)였다. 경·공매 대상 사업장 절반이 한 차례 이상 유찰됐다는 뜻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 /뉴스1

지난 10월 중 공매 공고가 올라왔거나 처음으로 공매가 시작된 신규 매물은 12개였다. 공매 계획이 잡히지 않은 사업장은 48개였고, 소송·매각 협의·인허가 변경 등을 이유로 공매가 사실상 중단된 사업장은 16개였다. 33개는 각 지역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2개는 공매가 완료되고 건물에 입점할 업체를 찾은 사례다.

1년 이상 매각되지 못한 악성 사업장 대부분은 지방 소재에다 인허가가 나지 않거나 미착공 상태인 브리지론 단계다. 토지 매입금 등 사업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2금융권에서 고금리 브리지론으로 충당했는데, 본격적인 착공이 시작되는 본 PF로 넘어가기 전에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매를 진행해도 건설 경기 침체와 지방 부동산 수요 하락 등으로 인수자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서울을 포함한 주요 도시의 핵심 입지에 있거나 건물을 완공했어도 유찰된 사례가 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초역세권에 자리잡은 301평(996.4㎡) 땅에는 오피스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브리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해 부실 사업장이 됐다. 지난해 4월과 8월, 지난 3월 세 차례에 걸쳐 공매가 진행됐지만 낙찰자는 없었다. 감정평가액 626억원인 토지가 최저입찰가 363억원에도 팔리지 않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부지. 공매 추진 과정에서 감정평가법인이 촬영한 사진. /온비드

부산 연산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20층 규모 오피스텔은 한때 분양까지 진행됐지만, 지난해 2월부터 지난 9월까지 아홉 차례에 걸친 공매는 모두 실패했다. 전남권 최대 규모 비즈니스 호텔로 관심을 모았던 전남 나주의 512호실 규모 호텔은 완공됐음에도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네 차례 공매가 모두 유찰됐다.

악성 매물이 쌓이면서 경·공매 대상 사업장은 지난 1월 195개에서 지난달 236개로 늘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 사업장을 매수한 투자자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부실 사업장 수는 늘어나는 셈이다. 금융 당국의 사업성 평가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유의·부실우려 여신은 20조8000억원으로 전체 PF 위험노출액(186조6000억원)의 11.1%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