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은행권 대출·예금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금리 동결 전망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행 대출·예금 금리의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 13일 3.345%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2.915%)과 비교해 0.4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은행채 금리가 3.3%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한국은행 전경. /뉴스1

시장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현 수준 부근에서 유지하고 통화정책을 긴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12일 공개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폭이나 시기, 혹은 방향 전환은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지금 연준과 한은 모두 금리 동결에 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시장 금리에 반영되면서 '오버슈팅(일시적 폭등)'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은행채 금리 상승은 대출·예금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기준 주담대 혼합형 평균 금리는 국민은행이 연 4.02~5.42%, 신한은행 연 3.91~5.32%, 우리은행 연 3.94~5.14%, 하나은행이 연 3.975~5.175%로 나타났다. 9월 초와 비교하면 0.3~0.5%포인트(P) 올랐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예금 금리도 평균 연 2.7%대로 0.05~0.15%P 올랐다.

전문가들은 시장 금리 상승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기준금리 동결 전망 외에 금리 인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년 200억달러(약 29조11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데, 부족한 투자금은 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계획이다. 은행도 150조원으로 증액된 국민성장펀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늘려야 한다. 통상 채권 발행량이 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는 오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발행 순증량 규모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 공급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 본부장은 "이미 (기준금리 동결 분위기가) 선반영돼 있어 상승 폭이 지난 몇 주간처럼 크지는 않겠지만, 상승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