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과징금 부과 기준을 거래 대금(판매 금액)으로 정하는 시행령 개정 절차가 연기되면서 제재 심의도 늦어지게 됐다. 일부 은행은 조(兆) 단위 과징금을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12일 금융 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과징금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지난 5일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앞서 금융위는 금소법상 과징금 기준인 '수입'의 의미를 '거래 대금'으로 구체화하는 내용의 시행령 및 감독 규정 개정안을 지난 9월 입법 예고했다. 입법 예고 기간은 지난 3일 끝났지만, 금융위는 세부 내용을 조정해 이달 17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을 연장했다.
금소법은 금융사가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 당국은 2023년부터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수입을 어떻게 해석할지 논의했다. 수입을 '판매 금액'과 '수수료' 중 무엇으로 규정하는지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정안 입법 예고 기간이 늘어나면서 이달 20일 열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도 홍콩 ELS 제재 안건 상정이 어려울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심 안건을 상정하려면 3주 전 금융사에 사전 통지 및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11일까지 관련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아직 제재심 안건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어 제재 논의를 시작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조직 개편 후 국장급 인사까지 진행하면 그 이후에 관련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권에선 이달 중 제재심에서 과징금 부과 안건을 상정하고, 내년 초 금융위 정례 회의에서 최종 과징금 규모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재 절차가 미뤄지면서 과징금은 빨라도 내년 3월 이후에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과징금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은행별 홍콩 ELS 판매액은 국민은행이 8조1972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2조3701억원), 농협은행(2조1310억원), 하나은행(2조1183억원), SC은행(1조2427억원), 우리은행(413억원) 순이다.
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면 국민은행은 최대 4조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다만 소비자 피해 사전·사후 노력이 인정되면 최대 75%까지 줄어든다. 은행들은 평균 96%의 투자자에게 자율 배상을 마친 상황이라 과징금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