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뉴스1

증시 활황으로 은행 예적금을 빼서 입출금이 자유로운 파킹통장(입출금자유예금)에 넣어 놓고 주식투자에 활용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은행들은 이탈하는 자금을 잡기 위해 연 3~4%대 고금리 파킹통장을 내놓고 있다.

파킹통장은 차를 주차하듯 짧은 기간 돈을 넣어두고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통장이다. 만기를 채우지 못하면 중도해지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는 정기예금과 달리 맡긴 기간만큼 쏠쏠한 이자를 받으면서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단기 자금 유치에 유리하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이달 초 연이율 최고 3.1%인 IBK든든한 통장을 출시했다. 선착순 5만좌 한정인 이 파킹통장은 하루만 예금을 예치해도 매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4%대 파킹통장도 보인다. KB국민은행의 모니모 KB매일이자 통장과 우리은행이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은 Npay머니 우리통장은 연이율 최고 4.0%의 금리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주식시장 맞춤형 상품도 내놓았다. 은행과 증권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모두 다 하나통장'은 200만원 이하 예치금에 연 2.5% 금리를 제공한다. 이 상품은 증권계좌로 이체하지 않고 은행 입출금계좌에서 국내외 주식을 바로 매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파킹통장 금리는 지난해 7~8%대로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 기준금리 인하로 계속해서 내려갔다. 올해 1월 은행연합회 기준 전국에서 판매 중인 39개 파킹통장 평균 금리는 연 2.03%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연 최고 8.0%를 주는 카카오뱅크 '저금통'과 케이뱅크의 모임통장 '모임비 플러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1%대였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이 수신 잔고 급감을 막기 위해 파킹통장 금리를 최대 연 5%까지 올리며 자금 유치에 열을 올렸던 모습. /연합뉴스

다시 등장한 고금리 파킹통장은 요구불예금 감소 탓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31일 기준 647조8564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말 669조7238억원에서 한 달간 21조8674억원 빠졌다.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도 은행이 파킹통장 금리를 높이는 것은 투자시장으로 빠져나갈 자금을 붙잡기 위한 '자금 방어전' 성격이 강하다. 잠시라도 고객의 돈을 자기 자산으로 묶어두는 편이 손해보다 낫다는 판단이다. 또한 파킹통장은 수익성보다 신규 고객이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유도 등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잠시 유입된 자금을 통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도 있다.

반면 대출 여력이 없는 저축은행은 오히려 파킹통장 금리를 내렸다. 저축은행 파킹통장은 과거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앞세워 고객을 모집했지만, 최근 대출 규제로 대출 여력이 줄면서 파킹통장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파킹통장 상품금리를 기존 2.3%에서 2.1%로, 페퍼저축은행은 1.8%에서 1.2%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