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이 증시로 쏠리자 은행들이 앞다퉈 고금리 특판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주로 연말 연초에 예·적금 만기가 몰려 있는 만큼 지금부터 자금 이탈을 부지런히 막아야 '머니 무브(자금 대이동)'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9일까지 최고 연 20% 금리를 제공하는 '오락실 적금'을 판매한다. 매주 최대 10만원씩 8주간 저축할 수 있는 상품으로, 게임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차등 적용받는 것이 특징이다. IBK기업은행도 지난달 게임 성적에 따라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IBK 랜덤 게임 적금'을 출시했다. 가입 기간은 100일로, 최고 연 15%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랜덤 게임 등 이색 이벤트를 통해 젊은 고객층의 참여를 유도하고, 고금리를 무기로 자금도 유치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라고 했다.
이 밖에 전북은행의 12개월 만기 'JB 슈퍼씨드 적금'의 최고금리는 13%, 하나은행의 '오늘부터, 하나 적금'은 최고 7.7%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의 '우리WON모바일 적금'도 최고금리가 연 7%다. 은행들은 또 '파킹통장(금리가 높은 수시 입출식 예금)' 금리를 연 3~4%대까지 높였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3일 연 3.1% 금리 파킹통장 'IBK든든한통장'을 출시했으며, KB국민은행의 '모니모 KB매일이자 통장'은 최고 연 4%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은행들이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564억원으로, 9월 말(669조7238억원)과 비교해 한 달 새 21조8674억원 감소했다. 보통 예·적금 상품이 만료되면 자금이 요구불예금에 예치되는데, 은행 입장에선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 선호하곤 한다.
반면 투자예탁금 잔고 규모는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찾지 않은 돈인 투자예탁금은 지난달 31일 기준 85조4569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예탁금이 80조원을 넘어선 것은 1998년 6월 통계 산출 이래 처음이다. 은행에서 빠져나간 자금 상당 부분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인 데다 불장 여파에 자금 이탈 속도가 더 빨라져 고민이 크다"며 "요구불예금과 같은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 초까지 다양한 특판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