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금융 사고 발생 시 책임자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보수환수제도(클로백·clawback)' 도입에 속도를 낸다. 금융 사고는 매해 늘고 있는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고 있는 은행 등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금융 사고 책임 떠넘기기 근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클로백 도입을 위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클로백 도입을 위해 법 개정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 사고는 급증하는데 임직원의 성과급은 대폭 증가하고 있다'는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금융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미 지급된 성과보수를 환수하는 제도를 검토하겠다"며 클로백 도입 의지를 밝혔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및 시행령에 성과급 환수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9조 3항엔 '이연 지급 기간 중 담당 업무와 관련해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연 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실현된 손실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클로백 도입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규정이 있긴 하나 내용이 모호하고, 성과급 조정·환수 사유나 절차도 불명확해 실제 클로백이 이뤄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의 점검 결과 지난해 금융권 전체 성과보수 환수액은 9000만원으로, 지급 성과급 총액(1조원)의 0.01%에 불과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3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할 당시 클로백 도입을 검토했으나, '법정 분쟁 소지가 크다'는 금융권의 반발에 물러섰다. 성과급을 뺏긴 임직원이 이를 수용하지 못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후폭풍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당시 "이미 지급한 성과보수를 환수하는 것은 법적 분쟁 소지 등으로 실제로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임원의 성과보수 '이연' 비율(40%→50%) 및 기간(3년→5년)을 조정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는 이 대통령이 단기 실적주의, 금융 사고 책임 떠넘기기 근절을 위해 칼을 빼 들자, 입장을 바꿔 클로백 도입에 힘을 싣고 있다. 퇴직 후에도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 등의 금융 사고가 확인되면 임원 성과급을 환수하는 강력한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의 반발이 만만찮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주의가 핵심인 금융업권의 근간을 흔들 수 있고 직원과 회사 간 갈등, 분쟁이 크게 늘어날 여지가 크다"고 했다. 앞서 경남은행에서 3000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했을 당시 은행에서 2021~2023년 지급된 성과급 일부를 환수하려 했으나,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했다.
☞ 클로백(clawback)
'발톱으로 긁어 회수한다'는 뜻으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들이 도입하기 시작했다. 임직원이 회사에 손실을 입히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명예를 실추시키는 경우 이연 성과급을 삭감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에 따라 상장사에 성과급 환수 규정을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